자존감 도둑에 당하지 않기

생명을 보호하며 얻는 자족과 가치

by 황교진


어머니 간호하다가 허리 근육이 뭉쳐 심한 요통을 앓았다. 한 주가 흐른 오늘 스트레칭과 파스만으로 70퍼센트 정도 회복됐다. 운전하는 동안 조금 편해진 허리에 다행스러워하며 병원에 도착해 어머니를 뵀는데, 여전히 침을 많이 흘리고 계셨고 표정도 고통을 호소하신다.

간단하게 간호하지 않고 세심하게 한 부분씩 개선시켜 갔다(두어 달 전에 독한 약들을 끊기로 하고 간호 시간에 기도를 더 하고 위생 케어는 줄이기로 했지만). 특히 오늘 씻겨드린 발에 심각하게 덮인 때가 모두 벗겨지니 미안하고 어려운 마음도 살짝 풀렸다. 손톱 발톱까지 모두 정리하느라 허리가 몹시 고생했는데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 덕인지 요통이 줄었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하루하루 보내다가 하루를 바쁘게 병원에서 애쓰고 나니 존귀한 시간에 자존감 도둑을 생포해 회복되는 기분이 든다.

돈 버는 시간, 생산적인 인생, 빚을 갚아가는 통장 잔고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다함없이 보호하고 지키며 얻는 자족과 가치 또한 (더) 중요하다.
관장을 하고 매번 어머니 발을 씻기다가 오랜만에 씻겨내며 지압과 마사지가 이뤄진 덕분인지 침을 안 흘리고 편안한 표정이 되셨다. 얼마나 때가 많이 밀려 나오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십자가 죽으심 전에 예수가 씻기신 제자들 발이 생각난다. 때 천지인 내 영혼의 발은 내밀지 않고 산다. 부끄럽다. 내밀지 않고 사는 것이 부끄러운 거지 지저분한 오물이 부끄러운 게 아니란 걸 생각하다가 가슴이 답답하고 허전해진다.


막막하지만은 않은 까닭은 천국을 알고 믿기 때문이다.

2017.08.2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자유롭지 못한 일상에서 영원한 자유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