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건대, 나는 몇 달 전에 야심 차게 시작한 취미 중의 하나를 그만뒀다. 그것도 가장 오랜 기간 열망했던 춤을…….
그만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못해도 너무 못해서다. 이게 연습해서 될 것 같으면 좀 더 버텨보겠는데, 세상에는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는 거다. 두 달이 되어도 손발은 여전히 따로 놀고, 춤동작도 외워지지 않는 데다가, 나의 삐걱거리는 동작은 거울로 볼 때마다 참담했다.
나는 비로소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못하면 하기 싫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으면 진짜 진짜 하기 싫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 딸이 체육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를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좀 더 직접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댄스 교실 특유의 그 과하게 발랄한(?) 분위기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점이다. 댄스 교실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동네 문화센터의 중장년층이 모여 있는 댄스 교실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일단 구성원들이 대부분 극강의 외향형들이다. 나처럼 낯가리는 성격의 사람들은 애초에 댄스 교실을 찾지 않나 보다. 외향형인 사람들이 20명 정도 모여 있으면 내향형 입장에서는 그 발산하는 끼와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나는 애초에 처음 보자마자 바로 ‘언니’ 소리가 나오는 사람이 아닌 데다가, 갑자기 들이댄 핸드폰 앞에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는 일이 낯설기 짝이 없는 부류다.
지금보다 한참 소심했던 학창 시절에는 제일 싫은 게 반 친구들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나 장기자랑을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때에는 앞에만 나가면 목소리가 떨리고, 말이 빨라지고, 심장이 빨리 뛰어서 나는 자기소개를 많이 시키는 신학기가 정말 싫었다.
오히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내향형에서 ‘외향형으로 보이기도 하는 내향형’으로 바뀌고 있나 보다. 성인이 된 이후에 알게 된 지인들 중에는 “네가 무슨 내향형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내향형에 가까운 나지만 낯가림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도 어지간히 다혈질에 푼수긴 하다. 단지 친해지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얌전하고 차분하게 본다. 내가 좀, 반전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댄스 교실을 다니던 지난 몇 달 동안 거의 매주 드레스 코드가 있었는데, 그걸 맞추는 일도 대략 난감이었다. 어떤 날은 흰색 셔츠에 넥타이, 다른 날은 날라리처럼 입기, 또 어떤 날은 가을 여자가 콘셉트였다.
물론 드레스 코드를 꼭 맞출 필요가 없다고는 하는데, 가 보면 다들 어디서 넥타이를 구한 건지, 깃털 달린 모자 같은 건 직접 만드는 건지, 호피 무늬나 반짝이 같은 건 특별할 것도 없었다.
드레스 코드에 진심인 이분들 사이에서 통 넓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 정도로 날라리 콘셉트를 소화하려는 나는 이질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I로 평생 살아온 나는 항상 외향적인 사람들이 부러웠다. 누가 뭐라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나이에 상관없이 신나게 춤을 추는 댄스 교실 회원들을 보면 나도 진심으로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 그분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춤을 잘 추고, 안무를 다 외우진 않았을 거라는 것도 안다. 선천적으로 나보다 유연하고 운동신경이 있다 쳐도 오랜 기간 뒤따르는 노력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이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지 부러운 마음과 달리 그 무리에 섞여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언젠가 나도 춤을 잘 출 그날을 생각하며 참고 버텨봐야겠다 싶었는데, 오히려 그만두고 나서 보니 다니는 동안 내가 스트레스를 받긴 했나 보다. 막상 그만둔다 생각하니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하던지…….
결국 나의 n번째 댄스 도전기는 몇 달 만에 또다시 막을 내렸다. 내가 춤을 배워 보겠다고 설치는 일은 아마 앞으로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엊그제 피아노 교실에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 붙은 ‘K POP 댄스 교실(중등~성인)’에 눈이 간 건 왜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