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우려
본격적인 수술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할아버지의 암덩이가 지난 3개월간 얼마나 얌전히 있었을지 평가를 해야 했다. CT를 시행하여 전이 여부를 평가했고, 뒤 이어 신장기능은 얼마나 보존된 상태인지 핵의학 검사가 이어졌다. 마취를 위한 심장기능 평가와 호흡기 검사가 함께 이루어졌고, 검사 결과들이 하나씩 취합되었다. 쉼 없이 진행되는 검사일정에서 할아버지가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할아버지, 검사는 잘 받으셨어요? 오늘따라 기운이 없어 보이시네요."
"이선생 왔어? 하루 종일 검사실 불려 다니면서 온갖 검사 다 한다고 지쳤어 아주."
"고생하셨어요. 수술 준비는 이제 얼추 마무리된 것 같아요. 아직 수술 일정은 안 잡힌 것 같은데, 교수님이 혹시 날짜를 지정해 주시던가요?"
"다음 주에 검사 결과보고 날짜 알려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언제 인지는 몰라. 내일은 검사 없다고 하던데 좀 쉬어야지. 힘드네 검사받는 것도."
"맞아요. 다들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오늘 저녁 식사는 안 하셨어요?"
"몸이 고되니 입맛이 없어. 일찍 자야겠어."
"그러셔요. 일찍 주무시고, 내일이면 아마도 오늘 하신 검사 결과들 설명 들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려. 이선생 어서 가서 일 봐. 와줘서 고마워"
"고맙긴요. 쉬세요"
하루가 지나고, 할아버지의 검사 결과들이 보고되었다. 다행인 것은 마취를 위한 검사들은 할아버지가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수술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우려스러운 것은 CT 결과였다. 할아버지의 복부 CT에서는 그 성상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작은 결절들이 간의 우측 엽에서 새롭게 발견되었다. 크기가 작아 암의 전이인지, 아니면 간에서 새롭게 생겨난 양성 결절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만, 새롭게 생겨난 병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었다. 결절의 성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더 커지는지 확인해야 했고, 가능하다면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하지만, 3개월이나 지체된 수술을 더 미루기는 힘든 일이었다.
아마도 수술은 간에 생겨난 결절의 성상을 확인하기 전에 진행될 것이다. 원발부위인 방광의 암을 절제하는 것으로도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할아버지의 수술 일정이 결정됐다. 7일 뒤 오전. 할아버지를 잠식해 들어가던 육종(Sarcoma)은 방광과 함께, 절제될 것이다. 전립선 암으로 치료받았던 병력을 고려하면, 수술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방사선 치료를 받았었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유착이 심할 것이 분명하고, 종양이 방광의 우측 후벽에 위치하고 있어 주변 혈관 및 신경들을 보존하기가 까다로울 것이 분명했다.
남은 일은 할아버지의 수술이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이었다.
출처: https://mdaslan.tistory.com/64 [의사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