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상담을 오는 많은 분들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아쉽게도 자존감은 하루 아침에 높일 수 없습니다. 자존감이 하루 아침에 높아졌다고 느낀다면 위험한 신호입니다. 조증일 수 있으니까요. 자존감을 빠르게 높여주겠다는 사람도 위험합니다. 그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은, 자존감을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은 당연히 실수를 합니다. 실수하는 과정을 건너 띄고 능숙해질 수는 없습니다. 실수를 함으로써 더 잘 알게 되고, 다양한 대처 방법도 터득하게 됩니다. 우리는 다양한 실수를 1000번 이상 해본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른다는 말이 있지요.
단, 같은 실수를 두 번 이상 반복하지 마세요.
같은 실수가 반복 되면 나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 수 있고, 비난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자존감을 위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실수나 실패는 우리의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자양분이므로, 가슴 아프지만 실수도 때때로 필요합니다. 실수를 안할 순 없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피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안하는 것은 어렵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는 한결 쉽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습니다.
늘 들고 다니는 수첩에 실수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기록하세요.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것은 더이상 실수가 아닙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자꾸 실수하게 돼요. 그래서 미치겠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원래 부주의한 성향이 높은 분들입니다. 부주의하고 충동적인 성향은 지적 능력과는 별개입니다. 다시 말해 지능이 높아 학업 수행 능력이 우수하고 업무 습득이 빠르면서도 동시에 부주의한 성향도 높을 수 있습니다. 부주의한 성향으로 인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느낀다면, 단순히 의지를 굳게 다지는 것 이상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실수를 기록하는 수첩을 만드세요. 휴대폰 메모장도 좋고, 내 마음에 드는 조그만 수첩을 구입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주의한 사람들은 이 수첩, 저 수첩에 나누어 기록해두다간 잊어버리기 쉬워요. 수첩은 1개만 사용하세요. 늘 휴대할 수 있는 크기의 수첩이 좋습니다. 너무 크고 무거운 수첩이라면 필요한 상황에 들고 있기 어려우니까요. 수첩에 당신이 했던 모든 실수를 적고, 실수를 통해 배운 내용도 함께 적으세요.
적어두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쓴 것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업무 시작 전, 점심 먹은 뒤, 퇴근하기 전 등 시간을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수첩의 내용을 확인하세요. 그럼에도 반복하는 실수가 있다면, 그부분은 강조해서 추가로 적어두세요. 그밖에도 우선 순위대로 일하는 습관 들이기, 집중한 뒤에는 5분 휴식하기 등 개인 선에서 노력을 통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대단한 성취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마세요.
원래는 이토록 실수를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실수를 반복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평소의 나였다면 30분만에 해치울 일을 몇 시간 동안, 심지어 며칠 동안 끙끙대고 있습니다. 뭔가를 빠뜨리고, 놓치고, 기억력까지 떨어져서 '조기 치매'가 혹시 나인가? 불안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라면 잠시 숨 고르며 생각해보셔야 할 타이밍입니다. 혹시 지금 너무 무리하고 있는건 아닌가요..?
우울증의 진단 기준 중에 하나로 '사고와 주의집중력 감퇴, 우유부단함'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들을 놓치고 실수가 잦아지는 것이 기분장애 증상 중 한 가지인 것이지요. 우울이 불안과 동반하여 높아지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불안이 높아지면 신체적으로 각성된 상태가 유지되면서 휴식이 어렵고, 주의 집중력과 기억력, 실행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잘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세요. 지금 내가 좀 힘들구나, 하고 자신을 풀어주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내가 요즘 실수가 많아졌던 게 심적으로 힘들어서 그랬구나', '머리가 나빠진 건가 싶었는데 스트레스 때문이었구나', '내가 이만큼 힘든데도 나를 돌보지 못해서, 너무 애쓰고 있으니 좀 쉬라고 내 몸이 말해주는 거였구나'. 이러한 셀프 다독거림은 나의 상태와 감정을 타당화 해주는 작업입니다. 내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이지요. 아이러니 하게도, 잘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려 할 때, 마음 속의 시끄럽던 소리들이 줄어듭니다. 실수도 더 적어지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