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혼자 여행을 다니는 내게 우연한 기회로 여자 여섯 이서 함께 도쿄에 갈 일이 생겼다. 바로 출장이다. 여럿이 함께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혼자일 때와 그 본질부터가 다르다. 게다가 여행이 아닌 출장이니 오죽하랴. 조금 더 신경 쓸 것과 챙겨야 할 것들이 많고 동시에 포기할 것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 하지만 영어에서처럼 출장 또한 business trip, 즉 여행의 한 종류로써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번만큼은 혼자 걷는 걸음이 아닌 여자 여섯의 좌충우돌 도쿄 출장에 관하여.
도쿄는 서울의 가장 가까운 미래라고 한다. 좋은 점을 일부러 따라가기도 하지만 나쁜 점마저도 알면서 따라가는, 불가피한 미래 우리의 모습. 이 도시의 유통시장 파악을 위해 각기 다른 직군에서 여섯 명이 모여 이번 출장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비슷한 나이대라 할지라도 모두 다른 성격과 취향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걷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다행히 도쿄 지리를 잘 아는 사람 하나와 일본어가 능숙한 사람 하나가 있어서 나머지는 새끼오리들처럼 따라다니는 모양새였다. 보고 싶은 곳이 따로 있을 때는 잠시 헤어지기도 했다가 모두 모여 함께 이동하고, 아쉬운 밤을 조금 더 붙잡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여 마실을 나가기도 하는. 따로 또 같이 가는 여행.
도착한 첫날은 흐렸고 가장 많이 걸었던 둘째 날은 아주 화창했으며 돌아오는 마지막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덕분에 다양한 날씨까지 경험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알찼던 이번 여정. 다만 고작 몇 달 전 교토를 경험한 나로서는 대도시인 도쿄 사람들의 차가운 표정과 서두르는 발걸음이 많이 낯설게 느껴졌다. 만약 혼자였다면 조금 외롭다 느낄 수도 있는 대도시 특유의 온도였다.
언제나 혼자 감당하던 짐을 내려놓고 누군가의 가이드에 기댄다거나 나 외의 다른 누군가의 안위를 챙겨야 하는 경험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또,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시선이 닿는 곳이 달랐을, 또 같은 곳을 보면서도 각자의 이해가 달랐을 우리의 짧은 여행은 아쉬움 속에 끝이 났다. 너무 아쉬워서 사비를 들여 다시 한번 오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찰나와 같은 시간이었다.
내 뒤를 지켜봐 주는 누군가와 함께 낯선 곳을 탐험하는 일.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