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의 여주인 사 타코상
쉬러 가는 여행에 마냥 싼 숙소를 잡을 수는 없었다. 호화롭지는 못하더라도 조용하고 위치 좋은 숙소가 필요했다. 1차원적이긴 하지만 일본이니 료칸에서 묵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선택한 료칸 토리.
료칸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안내받는 그 짧은 동선을 지나는데도 별천지에 온 것 같았다. 디딜 때마다 조금씩 삐걱대는 반질한 목조 건물과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좁고 아찔한 계단 그리고 펼쳐진 극도로 미니멀한 방.
첫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그 극도의 간소함에 반한 나는 내 침입으로 이 미니멀함이 해쳐지지 않도록 캐리어도 붙박이 장 안으로 넣어버렸다. 창 앞에 걸터앉아 욱씬대는 발을 쉬게 하는데 앞으로 난 작은 골목으로 동네 주민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나 정말 일본에 왔구나. 마음이 뻐근해질 정도로 행복한 곳에 있구나.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기던 은은한 향 냄새. 첫날 저녁 사타코상이 보여준 일본식 전통 다도와 따뜻한 맛차 한잔. 머무는 동안 아침마다 대접받은 감동의 조식. 저녁이면 나를 위해 준비되어있던 아늑한 욕탕. 목욕 후 방으로 돌아오면 깔려있던 새하얀 보료. 료칸은 구석구석 사타코상을 닮아 있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의 빈 틈 사이로 스며드는 사랑스러움.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면 사타코상은 늘 내가 다시 나가기 전까지 내 신발을 다른 곳에 가져가 보관했다. 한 아침은 사타코상이 내어준 신발을 신고 씩씩하게 료칸을 나섰는데, 아무래도 발이 불편한 기분에 얼마 못가 벤치에 앉아 신발을 뒤집어 털어 보았다. 손에 떨어진 건 다도 때 사타코상이 맛차와 함께 내어주던 별사탕. 그게 어쩜 그렇게도 귀엽던지.
行って来ます(다녀오겠습니다)하면 行ってらっしゃい(다녀오세요)하고 받아주던 소리가 좋더랬다. '이곳으로 돌아오세요'하는 안도감을 주는 목소리였다. 사타코상의 목소리는 나에게 '돌아올 곳'을 의미했다.
사타코상, 잘 지내나요?
저는 벌써 교토가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