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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an 11. 2018

일기56_겨울 새벽





일산은 공기가 남다르다

서울보다 청량하기도 하고

겨울엔 좀 앙칼지기도 한 것이

아침저녁이면 유난히도 그렇다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집 앞 가로수길을 걸으며

간밤에 새로 태어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들이마신 만큼 길게 내쉬면

기도를 따라 들어간 청량한 공기가

손끝 세포에까지 스며들어

온몸을 깨우는 기분이 든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동네를 하얗게 밝혔다

새벽의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아

마치 놀이동산으로 들어가는

길 위에 선 듯하다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던

출근길 표정들도

내 상상을 덧입히니

조금 들떠보이기도 한다


욕심껏 들이마신 숨을

길게 내뱉다 말고

처음 본 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상상에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걸린다


나는 참 별것 아닌 것에도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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