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은 공기가 남다르다
서울보다 청량하기도 하고
겨울엔 좀 앙칼지기도 한 것이
아침저녁이면 유난히도 그렇다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집 앞 가로수길을 걸으며
간밤에 새로 태어난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들이마신 만큼 길게 내쉬면
기도를 따라 들어간 청량한 공기가
손끝 세포에까지 스며들어
온몸을 깨우는 기분이 든다
간밤에 내린 눈이
온 동네를 하얗게 밝혔다
새벽의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아
마치 놀이동산으로 들어가는
길 위에 선 듯하다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던
출근길 표정들도
내 상상을 덧입히니
조금 들떠보이기도 한다
욕심껏 들이마신 숨을
길게 내뱉다 말고
처음 본 이들과 함께
놀이동산에 입장하는 상상에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걸린다
나는 참 별것 아닌 것에도
실없는 웃음을 흘리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