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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Sep 03. 2018

일기67

6월 15일





회사일로 바쁜 당신을 토요일 건너뛰어 일요일에 보기로 했지. 그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 집 앞 건널목에 서 있자니 '모레가 아니라 내일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내 마음에 불어왔어. 봄바람이 좋아서 내가 걷기 좋아하는 아파트 단지 내 길을 한 바퀴 돌고 들어갈까 잠시 갈등하다가 문득, 늘 혼자 걸어왔고 앞으로도 혼자만의 시간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이 산책길을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어느덧 '나만의' 무언가보다 '우리의' 무언가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내가 되어 있더라.


이다음에 내가 당신에게 이 글을 보여줄 때 오늘을 기억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당신이 워크숍 중이던 금요일 저녁, 내가 당신을 이렇게 보고 싶어 했다는 걸. 금요일 퇴근길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당신 품에 파고들고 싶었다는 걸. 이 글을 보게 될 때 곁에 내가 있다면, 지금 잡지 못한 손을 잡고 듣지 못한 말을 나에게 해주길. 사랑한다고. 그럼 나는 오늘 보여주지 못한 미소로 당신과 오래도록 눈 맞춤을 하고 싶어. 지금 이  그리움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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