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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15. 2018

일기69

6월 27일






우리는 지금 큰 위기를 겪고 있어. 나는 당신에게 서운한 것들을 눈덩이 모으듯 모으고 다져서 던지기를 반복하고 있지. 일부러 나에게 상처 주려고 하는 당신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냥 지나가기에는 억울한 심정에 당신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어.  눈덩이로는 쉽게 다치지 않을 거라는 듯 던지고 또 던지는 내가 당신은 얼마나 야속할까.







당신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나는 토라진 당신이 귀여워. 내가 토스한 고민을 받아 내키지 않지만 꼭꼭 씹어 삼켜보려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미안함 반, 주체 못 할 사랑 반으로 넘치게 채운 마음을 안고 나는 내일 당신을 보러 가려고 해. 평일이지만 연차를 냈고 당신에게는 말하지 않았어. 만나기로 한 토요일까지는 너무 많이 남아서 기다릴 수 없었거든. 이런 계획을 숨기고 전화 너머로 당신을 달래며 나는 당신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하루를 더 기다려 내일 가는 게 아쉬울 뿐이야.


당신을 두 눈에 담아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 내 손에 닿아야 갈증이 해소될 것 같아. 이 위기를 잘 지나 더 단단해진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 그러니 내일 날 만나면 놀란만큼 안아줘. 서운한 것들은 모조리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리자. 이런 씩씩한 마음으로 당신에게 달려갈게. 우리 조금 돌아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해볼 만한 일이잖아. 너무 빨리 지나와서 생기는 부작용이라면 몇 발자국만 뒤로 돌아가서 다시 단단히 다져나가자. 더 멀리,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도록.


나 이런 마음으로 지금 당신에게 가는 중이야. 기다려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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