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토요일, 조그만 너를 초음파로 처음 만났다. 계획된 만남이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한없이 낯설다. 드라마에서 보던 격정적인 감정없이 조금은 무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하라는 대로 누워 화면속에 빠르게 반짝이는 네 심장을 확인했다. 5주만에 너는 현미경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세포에서 0.4센티의 크기로 자라있었다. 이 순간 다른 엄마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그저 짠했다. 작아도 너무 작은 너는 온통 심장뿐이더라. 제가 거기 있다고 알리기 위해 너는 작지만 참 열심히도 뛰고 있었다. 네 심장은 지금부터 네 생을 다 하는 날까지 게으름 피지 못하고 그렇게 줄창 뛰겠지. 이런 쉼 없는 세상에 너를 던져놓기로 한 나는 앞으로 너에게 참 많이도 갚으며 살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그저 바랄뿐이다. 무사히 너를 이 세상에 데려올 수 있기를. 아마도 나는 너를 데려오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나보다. 이미 많은 축복으로 환영받은 너는 입덧도 뭣도 없이 보채지도 않는다. 그런건 내가 아니라 네 아빠를 닮았구나. 남은 시간동안 우리 유난떨지 말고 서로를 기다려보자. 다음 초음파에는 더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렴.
고맙다.
우리에게 와 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