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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Oct 18. 2018

편지1






지지난 토요일, 조그만 너를 초음파로 처음 만났다. 계획된 만남이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한없이 낯설다. 드라마에서 보던 격정적인 감정없이 조금은 무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하라는 대로 누워 화면속에 빠르게 반짝이는 네 심장을 확인했다. 5주만에 너는 현미경으로 밖에 볼 수 없는 세포에서 0.4센티의 크기로 자라있었다. 이 순간 다른 엄마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그저 짠했다. 작아도 너무 작은 너는 온통 심장뿐이더라. 제가 거기 있다고 알리기 위해 너는 작지만 참 열심히도 뛰고 있었다. 네 심장은 지금부터 네 생을 다 하는 날까지 게으름 피지 못하고 그렇게 줄창 뛰겠지. 이런 쉼 없는 세상에 너를 던져놓기로 한 나는 앞으로 너에게 참 많이도 갚으며 살아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는 그저 바랄뿐이다. 무사히 너를 이 세상에 데려올 수 있기를. 아마도 나는 너를 데려오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나보다. 이미 많은 축복으로 환영받은 너는 입덧도 뭣도 없이 보채지도 않는다. 그런건 내가 아니라 네 아빠를 닮았구나. 남은 시간동안 우리 유난떨지 말고 서로를 기다려보자. 다음 초음파에는 더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렴.


고맙다.

우리에게 와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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