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랑 Oct 20. 2018

편지2





두 번째 초음파를 며칠 앞두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정말 네가 거기에 있을까. 지난 몇 주는 꿈이 아닐까. 내가 잠시 착각한 것은 아닐까. 나는 네 아빠 말처럼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걱정 요정이 맞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너는 도대체 나에게 말이 없다. 나는 너와 함께한다는 것을 여전히 자각하지 못한다. 너는 다른 아기들처럼 헤매지도 않고 단번에 나를 찾아와 조용히 자리 잡고 앉은 후로 방해되지 않겠다는 듯 숨죽여 있을 뿐이다.


네 존재를 처음 내 오빠에게 알렸을 때 그는 ‘삼촌’이 된다며 기뻐했다. 당연한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너로 인해 처음 부모가 되는 나와 네 아빠뿐 아니라 너의 삼촌들에게도, 조부모님들에게도 새로운 이름을 안겨드린다는 것을. 네 존재는 시작부터 모두에게 대체 불가능한 특별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모두가 그 역할에 서툴 것이라는 말도 된다. 우리는 부족한 만큼 너를 통해 성장하겠지.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미숙한 순간들을 이해해주렴. 모두 처음이라 그렇단다. 그리고 우리는 너와 함께하는 미숙했던 첫 순간들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걸로 넘치는 사랑을을 받았다 생각해 주기를.




나는 너에게 엄마이기 전에 나이고 싶고

너를 자식이기 전에 너로 대하고 싶다.

그것으로 내 나름의 존중과 애정을 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