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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13. 2018

편지4






발걸음을 재촉하는 출근길이라 손에 잡히는 아무 종이백에 이것저것을 챙겨 나왔다. 지하철에 앉아 가만히 내려다보니, 2년 전 이맘때 혼자 포르투갈 여행을 하다 산 기념품 가게에서 받은 종이가방이었다. 네 아빠와의 미래는 생각도 하기 전. 막연하게 먼 미래의 상상만으로 존재했던 너.


나는 부모를 잘 만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독립적인 인간이 되었고 (이제 기억은 흐릿해졌지만) 혼자서도 수 없이 많은 곳들을 다녔다. 네게 그중 얼마나 많은 경험을 시켜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바라건대, 너도 조심스럽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이기를. 겁은 많아도 이겨낼 수 있는 아이이기를. 부디 내가 고쳐줄 수 있는 잔병치레만 하기를. 그래서 네가 낯선 세상을 누빌 때 내가 든든한 네 편이 되어 있다면 바랄 게 없겠다. 나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내가 받은 만큼 너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너는 차고 넘치는 것들을 받게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줄 자신은 없어서 미안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로 최선을 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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