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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Nov 20. 2018

편지5





네가 찾아온 후로 간밤에 꼭 한번은 깼다 다시 잠들던 날들이 이어지다, 오래간만에 아침까지 내리 푹 잔 하루였다. 꿈에 네가 나왔기 때문일까. 너를 어딘가에 뉘어놓고 나는 연신 네 포동포동한 뺨에 입을 맞추거나 신기한듯 눌러보기를 반복했다. 나른하고 행복한 꿈이었다.


불과 얼마 전, 네 아빠와 나는 아이가 생긴 후에도 서로를 우선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우습게도, 꿈에서 너를 독차지한 나는 한껏 신이 나 있었다. 비밀스럽게 이 기분을 글로 남기며 약간의 죄책감이 생긴나머지 네 아빠에게 한동안 상냥하게 굴지 않을까 싶다. 네가 나오는 날을 생각하면 여전히 무섭고 막막하지만, 너를 직접 품을 수 있는것 역시 대체 못 할 기쁨이구나. 허리선이 사라지고 생전 없던 배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인가보다. 그래서 이런 꿈을 꾸었나보다. 손끝에 남은 네 뺨의 감촉이 사라질 때 쯤 또 찾아와주렴. 아빠에게는 비밀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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