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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Dec 13. 2018

편지6





아직 주수가 많이 차지 않은 나는 한 달 한번 너를 보러 병원에 간다. 다녀오면 기다려야 하는 몇 주가 너무나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아직은 초보 임산부다. 어떤 날은 배가 급격히 부풀어 이제 멋없는 임부복만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무룩하다. 또 어떤 날은 한참 지나도 사이즈 변화가 없는 기분에 네가 성장을 멈추었을까 걱정되어 온갖 포털사이트를 검색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모니터에 네가 떡 하니 나타날 때 봄날 흐드러진 벚꽃처럼 사라지곤 하지만. 초음파 기계를 들이댈 때마다 매번 가장 이상적인 자세로 앉아있는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와 다르게 능숙한 모습이다. 설마 너는 이미 아는 걸까.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법도, 세상으로 나오는 방법 까지도.


네가 마주할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도, 경쟁을 쉬지 않는 세상도, 평균과 다른 것에 상처 주는 사람들도, 곳곳에 도사리는 위험들도 나는 두렵기만 하다. 그런 것들에게서 너를 지키려고 두 팔 가득 품어 보겠지만 금세 품어지지 않을 정도로 커 버리는 순간이 올 테고 나는 아린 마음에 또 얼마나 눈물을 흘릴까. 그러니 지금처럼 내 품에 오래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오늘따라 눈이 많이 내린다. 해가 바뀌는 이 추운 계절을 올해는 너를 품고 나는구나. 내년에는 둘이서 꼭 안고 이 겨울을 맞이하자. 너를 만난 이후로의 겨울은 덜 추울 것 같다. 너는 겨울지나 봄에 올 테니, 나는 봄을 기다린다. 네가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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