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II26_A와 H, 두 사람

이제와서 둘에게 남기는 말

by 일랑





이직한 첫날
12층 사무실에 들어서서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우리 셋 다, 지금보다 꽤나 어렸네요. 변한 것도 많고, 여전한 것도 많아요. 어쩌면 피를 나눈 가족보다 하루 중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한 사람들이라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게 되는 이 시간이 마치 집을 떠나 캠프 가기 전날 어린아이의 불안함 마냥 아직은 너무나도 어색합니다. (어렸을 때 캠프 가는걸 많이 무서워했거든요.) 직장에서 만나 어느 때는 선을 긋고 거리를 둔 적도 있고 한낱 인간인지라 마냥 감정적으로 의지한 적도 있었던 아이러니한 시간이었어요. 그래서 둘에게는 고마운 것도 많고요, 미안한 것도 많습니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면 생기는 당연한 감정이겠지요. 셋 다 참 다른 사람들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이해와 배려가 없이 오늘도 없었겠다는 생각이 돌아보는 지금 문득 들던 참입니다.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어요. 내 나름은 무던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둘 덕분입니다. 만약 혼자서 집에 박혀 지나가는 날짜를 세고 있었다면 폭주할 만큼 많은 생각에 미쳐버렸을지도요. 결국 그 시간마저도 이제 코앞으로 다가왔지만요. 남은 두 달 동안 부질없는 생각들로 잠 못 이루다 홀로 두려운 그 날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많이 그립겠죠, 일상이
일상이라고 부르던 이 시간이


몇 주만 떠나 있어도 기분이 이상한데 일 년은 어떨까요. 내가 없는 시간은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겠고 돌아올 때는 또 많은 것이 바뀌어 있기도 여전하기도 하겠습니다. 아마도 그때는, 그리운 마음이 넘쳐흘러 디디는 걸음마다 질퍽하다 못해 첨벙 대지 않을까 합니다. 이 곳에서 보낸 지난 시간 동안 변화도, 여전함도 함께해주어서 감사합니다. 나에게는 한없이 낯설던 사무실에서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을 이번에는 조금 다른 시간에 조금 다른 공간에서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 둘에게 일어날 변화도, 변함없는 것들도 모두 응원하겠습니다. 그럼, 여전히 조금 두렵지만 다녀올게요.


그동안 두 사람은 부디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무탈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