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랑 May 08. 2019

편지9





너를 품고 맞게 된 어린이날, 그리고 어버이날이 지나간다. 달력에 아주 약간 특별하게 표시되었을 뿐이었던 그 날들이 이제는 조금 더 새롭게 보이는 건 네 아빠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너에게 카네이션을 받으려면 몇 년은 더 걸리겠지만 매년 맞는 이 날들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달라지겠지.


긴 기다림을 지나 어느덧 네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날들로 접어들었어. 여느 엄마들처럼 나는 네 옷가지며 이불들을 빨고 네게 필요한 물건을 사다 정리하며 천천히 준비하는 중이야. 분명 주수에 비해서 크지 않은 배인데도 요즘 부쩍 어딜 가나 힘들겠다, 조만간 나오나 보다며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는 걸 보면. 그래, 이제 정말 네가 내 뱃속이 아닌 가슴 위에서 꼬물거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게 맞나 보다 싶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하루가 빨리도 지나간다.


너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어. 나오는 날도, 방법도 네가 원하는 대로. 네가 겪을 고통과 두려움을 우리 셋이 나누어 가지며 네 아빠와 함께 매분 매초를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볼 거야.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해. 선물로 찾아온 너를 위해서 네가 나와 연결된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를 내보려고. 그러니 너도 온힘을 다해 우리를 만나러 나오길 바라.





아마도 나는 지금의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깊이 너를 사랑하게 될 거야. 그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지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