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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n 28. 2017

일기20_피로에 대한 고찰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는





매년 하는 건강검진 결과 갑상선 항진증이 의심되어 추가 검진을 받은 해가 있었다. 의사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최근 피곤하냐"는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어서다. 출퇴근 지하철에서는 늘 졸고, 살이 빠지며 쉽게 흥분하는 어쩌면 흔한 변화들. 하지만 피검사 수치를 기준으로 결국 나는 갑상선 항진증 확진을 받고 한동안 약물치료를 받았다. 곧 정상수치로 돌아와 약을 끊었고 일 년마다 하는 추척검사도 몇 년째 통과 중이지만 담당 선생님의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하러 오라"는 말이 늘 걸린다.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이게 '증상'인지 아니면 단순 피로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다.


갑상선이 문제 되기 2년쯤 전에는 한쪽 목울대를 따라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의 멍울이 서너 개 잡힐 때가 있었다. 처음에는 스스로만 인지할 정도였는데 점점 커져 설마 종양인가 싶어 병원을 찾은 것이었고 초음파 결과 단순 임파선염으로 진단받았다. 이삼십 대 여성에게 많이 발병되는 이 증상을 낫게 하려면 약물치료와 휴식뿐이라고 했다.


평범한 현대인이자 삼십 대 직장인으로서 이 시대를 사는 내게 자꾸만 피로와 스트레스가 문제가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어지간해서는 야근이 없는 복 받은 인생을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최근 아기를 낳은 친구는 또 어떨까. 낮밤을 가리지 않고 아기를 돌보느라 피곤하다는 말을 내뱉는 것조차 힘에 부칠 것이다. 내 또래에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눈 떨림이 부쩍 심해졌다. 왼쪽이 떨리다 좀 멎는다 했더니 오른쪽에서 더 격렬하게 떨린다. 피로라는 놈은 고민만 좀 많아져도 쌓이고 생활패턴만 좀 바뀌어도 생긴다. 눈밑을 부여잡고 모니터를 보다 문득, 태어나서부터 피곤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삶 자체가 고행이자 번뇌라고 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느라 행복을 찾는 행위마저도 피로가 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오늘 밤도 잠을 설칠 것 같다.


아, 이리도 피로에 취약한 나란 인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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