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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랑 Jul 15. 2017

일기24_마지막 인사

모두를 위한 기도




금요일 오후, 메일함에 협력사 담당의 퇴사 인사가 도착해 있었다. 지난 2년여 동안 같이 일했던 회사이기는 하나 담당이 퇴사하는 것은 벌써 네 번째 일이다. 보통 그만두기 일주일 전에 구두로 이야기하고 인수인계 후 마지막 날에는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당일에 보낸 메일로 처음 마지막을 알리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급작스러운 퇴사가 아니었나 보다.


문득 내가 그만두던 날이 생각난다. 이직을 준비하는 내내 퇴사하는 날을 얼마나 벼렀던가. 이직이 절실한 순간마다 나는 그 날을 그렸었다. 그리지 않고서는 하루도 더 버티기 힘들었으니까. 그러나 막상 나의 마지막 날은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짐은 이미 다 옮겼기 때문에 드라마처럼 들고 나올 박스 하나 없었고, 여느 금요일 퇴근하듯 그렇게 자연스러운 날이었다.


그에 반해 퇴사 메일을 쓰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간 퇴사했던 다른 사람들의 메일을 모아 다시 읽어보고 (당시 갑자기 퇴사하는 사람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다) 초안을 썼는데, 장황해지기 시작하니 끝도 없어서 내가 봐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일주일 내내 쓰고 다듬기를 반복했다. 불필요한 말들을 쳐내고 쳐내서 결과적으로는 다섯 문장쯤이 되었다. 메일를 보내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비로소 가벼워졌었다.


새로운 회사는 모든 면에서 나에게 더 좋았지만,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이 적응한다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었다. 다시 이직을 한다면, 아마 그것 때문에라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리라.





떠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지금은 더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이건 비단 협력사 담당들 뿐만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을 위한 기도다. 그때의 나와 미래의 나를 위한 바람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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