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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Jun 13. 2022

어른 방학에서 배운, 사랑의 반대말

해인사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두 도반의 가르침


기록의 신묘한 힘을 믿는다. 내가 겪은 내 기억도. 다시 써보면서 그 기억이 더 깊어지고 풍부해지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어른 방학 중에 해인사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어느 가르침. 다시금 되새겨보며 곱씹어보며 다시 기록.





속세와 단절할 수 있을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떠나요. 해인사 템플스테이

90일간의 여정. 어른 방학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해인사 템플스테이 : )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템플스테이를 가기로 했고, 그 행선지는 해인사로 정했다. 이상하게 많고 많은 절 중에서도 유독 유난히 꼭 해인사가 가고 싶었다. (소소한 퇴사자 버킷리스트 야무지게 밑줄 하나 더 그어 보실게요)


나는 꼭 별거 아닌 일이든 별거 인일이든 뭔가 의사결정을 하게 될 때면 소름 돋게 나를 응원해주는 문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때도 어김없이 템플스테이에 용기를 주는 문구를 만났더랬지. 아마도 내 선택에 합리화와 행복 회로를 만들기 위함이 가장 큰데.  사실 왜 템플스테이 가는 게 뭐 어때서 그냥 여행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테지만. 모태신앙을 가진 선데이 크리스천으로서 엄마의 눈총 받을게 뻔해서 그랬지 뭐.  어찌 되었든 용기를 내어 엄마 눈총을 피해 템플스테이로 떠났다.






궁금하면 해본다. 새로운 것이라면 해본다.

망할 것 같아도 일단 해본다.

하다못해 재미라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재미난 것들이 모여

재미난 인생도 될 것이다.






선데이 크리스천으로서  템플스테이에 가겠다는 깜찍한 생각은 엄마에게 혼날게 뻔했지만

또 가야 직성이 풀리지 뭐. 템플스테이 간다고 엄마 내 종교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 아빠는 딸 집에 안 돌아올까 봐 걱정 또 걱정. 답장 안 와도 계속 보내는 아바마마. 짐 싸다 말고 현웃 터짐. 돌아올게요 걱정 마세요. 집이 최고지.  







해인사에서 만난 두 도반의 이야기


해인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장엄하고 거대하고 웅장했고, 존엄한 자연. 경이로운 자연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산한 사람들을 위한 그 교복이 서울에 가서도 입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고 룩앤삘이 뭔가  힙했다. 불량 중생. 조거 팬츠 입은 거 같잖아요.





해인사에 도착했을 때 말을 잊게 하는 산세와 장엄한 자연도 좋았지만 도착하자마자 놀란 것은 맑은 자연의 공기만큼이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맑다"는 것. 처음 만난 안내 생 분도 인사를 나누게 된 높으신? 비구니님도  절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는 정말 아이처럼 맑은 기운이 느껴졌다. 가장 높은 깨달음의 경지는 아무런 편견도 의심도 없는 아이의 “순수”로 돌아가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






묵언수행도 하고. 콩고기 햄도 먹어보고.

아주 모든 게 생경하고 재미있었음. (템플이 체질이네 체질이야)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사랑에 빠진 그곳에서는  내공 높은 두 도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40대로 추정되는 두 여인은 여자 혼자 템플스테이에 온 나를. 굉장히 이별을 했거나. 사연이 있는 여자로 봤고. 고맙게도 나를 밥에 간식에 커피까지 챙겨가며 알뜰 살뜰히 챙겨주셨다. 두 도반은 불교공부를 10년째 하고 있는 동무인데, 생김새도 성격도 직업도 성향도 취향도 모두 달랐지만 (놀라울 정도로 너무 다르심) 불교공부라는 주제로 10여 년 전에 절에서 우연히 만나 10년째 같이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불교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씀을 주셨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배우신 지식을 총동원하여 나에게 해인사를 소개해 주시는데. 등산을 함께하고, 송이 정식 거리에서 정식도 먹고,  산에서는 맑은 공기와 함께 명상도 하며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여여 한다라던가, 저항이 없아야 한다라던가, 현재를 산다라던가, 봐야 보이는 것 이라던가. 뭔가 알듯 말듯한 이야기를 계속해주셨는데. 저 기독교인데요 어머니라고 이야기 한들. 계속 주입식 교육을 이어나가셨다. 다 알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라면서.  심심하던 나는 계속 듣다 보니  새로운 이야기라면서  들으면서 마인드풀니스와 종교철학, 불교도 참 재미있다 뭐든 모르는 것을 배운다는 것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문득 하고 있었는데 여러이야기를 하던 중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사랑의 반대말


도반 : "사랑의 반대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 "무관심 아닐까요?"

도반: "...."  

나: "미움 일가요?"




대답이 궁금해 죽겠을 무렵. 돌아온 대답. 도반이 가르쳐준 사랑의 반대말은. 두려움이었다.

사랑의 반대말은 두려움이에요. 내가 모르는 사람도. 내가 모르는 것도. 이해 못 하는 것도. 사랑으로 끌어안고 생각한다면 세상에는 두려울 것이 없어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사람도 사물도. 사랑하면 되니까.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산다면 인생이 더 재밌어질 거예요. 저항 없이 모든 걸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보세요. 충격적이었다.


어쩌면 나이를 먹고 하나둘씩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해보기도 전에 지레짐작하고, 확률과 경우의 수, 그리고 기회비용들을 따지고 계산해가면서 똑똑한 척을 하면서 하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 두려움을 핑계로 수많은 기회와 사람들은 내가 흘려보내면서 살았구나. 그동안. 두려움이 없는 마음이라면 모두 사랑으로 내가 껴안을 수 있을까?  



나는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무서운 것도 많고, 무서운 사람도 많고 하지만 워낙에 하고 싶은 게 많은 탓에 내 안의 두려움을 깨고 나아가야 하는 상황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반대말이 두려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졸지 마” 뭐든 할 수 있어라는 응원의 찬가로 들렸고, 사랑의 위대함과 힘을 좀 더 크게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사랑은 담대하다. 담대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사랑의 반댓말은 두려움이라는 걸 알려준, 해인사의 봄




.

.

.

사랑의 반대말 에피소드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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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템플스테이 #묵언수행 #사랑의 반대말 #어른방학 #향기녀 #퇴사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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