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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Aug 26. 2022

향기가 ‘엄마’가 되는 순간

엄마가 보고플 때

내가 아는 지인 중에는 남성이고 중년이고 수중에 돈도 꽤 있고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뭔가 딥하고 복잡하고 세련된 니치 향수를 좋아하실 것 같은데 뜻밖? 에도 파우더리 한 향이 항상 끌린다고 하는 분이 있다. 비싼 향수 선물도 많이 받지만 손이 안 간다고 했다.


이 양반 결혼은 이번 생엔 안 한다 하고, 연애 한지 또한 기억도 안 나게 오래되어 여자 은은한 비누향 냄새를 그리워하는구나라고 막연하게 혼자 추측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의 대화를 통해 그 선배가 파우더리 한 향을 좋아하는 이유와 연유에 대해 알게 되면서 너무나도 서글퍼졌다. (사람은 다 이유가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등짝 맞으며 발라봤을 이 크림
냄새를 기억하지 않으려해도 떠오르는 니베아


선배 “나는 항상 파우더리 한 게 좋아~”


나 “특이해~ 어릴 적 순수 같은걸 동경하는 건가”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 좋은 향 많잖아.


선배 “뭘 또 의미 부여해. 그냥 어릴 때 생각이 나서 그런 거 같아”


나 “아니 좋은 향도 많은데 신기해서”


선배 “아마도 엄마를 그리워하는 거 같아.”


나 “………………”


나 “그랬구나. 그때 어릴 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구나”



아뿔싸.

그때 알았다.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는 아주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가장 역할을 하며 노부와 가족들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늘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잘 먹고 잘살아? 보이지만 그 고단한 삶 속에서 줄곧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늘 살았다는 그 사실이 가슴 한편이 짠했다. 그리고 어릴 적 엄마 생각을 떠올려줄 수 있는 엄마와 연결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니베아라는 녀석이 있어줘서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마음껏 좋아하십시오. 그 파우더리 한 그 향.


엄마가 보고플 때면 자동적으로 떠올려졌을 니베아 크림 향을 맡으며. 그는 그때 어릴 때의 안정감과 순수 그리고 어린양 하고 싶은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향은 기억이다

향은 추억이다

향은 매개체이다

향은 그리움이다

향은 안식처이다

그리고 그에게 향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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