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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Feb 11. 2023

4.5일제가 만든 리추얼

리추얼의 종말에 대하여 

불과 일년 전 #갓생살기 #미라클모닝이 화두가 되던 그 시절. 자기계발에 열을 올리며 시간낭비 하는 인간들을 안타까워하는 분을 만난적이 있었다. 시간가계부라는 귀 빠지고는 당췌 들어본적이 없는 다른 차원의 시간관리를 하는 그였고. 매일 아침 미라클 모닝을 하며 경제 부동산 공부를 하고 회사에서도 우수인재이며 테니스도 잘치고 훈남이었고 일도 운동도 심지어 가족관계도 그 어느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었다. 주말이면 발이 빠지도록 임장을 다니고. 5년 10년 30년 단위로 인생의 중장기 계획까지 있던 걸어다니는 1인 기업인 존재자체가 멋진 그였다. 그런 그의 열심과 성실함 무엇보다 그 촘촘한 계획을 기어코 실행을 해내고야 마는 그 모습은 늘 대단하고 존경해 마지 않았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 대단함은 어찌된 영문인지 어떤 닭장 속으로 본인 스스로를 가두고 강박속에 사는 병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굉장히 애처로워보였다. 어떤 연유에서 그는 사는 기계가 되었을까.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한 집착에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무려 하루 24시간은 분으로하면 1,440분이고 이를 10분 단위로 나누면 하루에는 무려 144번의 기회가 존재한다고 했다. 종국에는 나에게 시간가계부를 써보라고 권유하기도 하였다.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나도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까지는 아니어도 나름의 만족을 하며 애쓰며 사는 인간이었는데. 그와 대화를 나눌수록 내가 시간을 허투르 쓰는 것처럼 느껴져 못내 작아졌다. 여행도 가고 일탈도 하고 시집도 좀 읽고 여유롭게 살아보라 했는데.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더 답답해졌다.



내가 만든 내 리추얼인데

숨은 쉬면서 합시다

나의 리추얼과 그의 리추얼에 대한 의미는 달랐다.  극단의 리추얼 계획 실행자를 통해 나는 나를 갈아 넣는 몰입도 물론 좋고 중요하지만 자유와 여유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더욱이 깨달았다. 방관과 자유시간 그리고 방학이라는 것에 극한 희열을 느끼는 보통의 인간. 


나에게 있어서 리추얼의 목표는 생산성을 높히고 효율을 내기 위한 습관이라는 것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나의 몸 건강 마음 건강의 돌봄이 우선이 된다.  로봇처럼 살아낼 자신도 살아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세상에 많은 것들이 나의 숨통을 조여올때가 있는데 나 스스로 나의 숨통을 조일 필요가 있겠는가. 100년 사는데 지속가능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구요. 


[출처: pexels- ekaterina bolovtsova] 



시간 안에서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 집에 해당된다 

리추얼의 의미와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그중에서도 "리추얼의 종말"이라는 책을 굉장히 재미있고도 어렵게 접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렴풋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리추얼은 시간을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요.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고 시간을 정돈하죠. 그렇게 리추얼은 시간을 유의미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요. 오늘날 시간은 확고한 짜임새가 없습니다. 집이 아니라 변화 무쌍한 흐름이에요. 과거에는 특정 요일의 특정한 시간에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리추얼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그 리추얼에 참여했어요. (중략) 리추얼은 삶에 구조를 부여하고 삶을 안정화합니다." 



그렇다. 

리추얼은 안정감이다. 

일상을 단단하고 견고하게 해주는 정돈 장치이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TGIF. 뭐 할거에요?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한지 이제 넉달 남짓. 숨막히지 않는 달큰한 리추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우리 회사에는 4.5일제라는 아주 요즘 시대에 걸맞는 좋은 복지제도가 있는데. 말그대로 TGIF. 금요일에 출근을하면 오전 근무만 하고 회사를 떠난다. 떠난다는 말은 좀 그렇고. 회사를 퇴근한다. 회사를 로그아웃한다.  삼십대 중반의 이 나이에도 아직도 불금이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휴가를 내지 않고도 내 시간이 생긴다는 것과 더불어서. 이것이 한달에 한번이 아니라 매주 반복이 된다는 사실은 나를 몹시 설레고 기쁘게 한다. 물론 잔업이 남은 날에는 점심을 먹고 오후까지 일을 하는날도 있지만 오히려 금요일 나의 온전한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서 목요일에 야근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리나케 더 몰입도 집중도를 높혀서 더 달린다. 어찌 됐건 매주 금요일 오후는 선물같은 오롯이 내 시간이라는 것. 


고정적인 시간이 생기니 설레기도 했는데. 일단은 이 금값은 소중한 시간을 반복적을 할 무언가를 고심하여 뭘할지 계획을 세우기로했다. 결론은 매주 금요일은 요가수업을 듣기로 했다. 놀아 본 놈이 노는거라고 했던가. 잡생각 안하고 놀생각 안하고. 꾸준히 낼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을 고스란히 써내어보기로했다. 평일 저녁이면 업무에 고되서 예기치 않은 번개 모임때문에 예약한 요가수업을 결석을 하는 날도 많게 되는데. 금요일 오후에 놀러가는 일정 빼고 나의 시간을 빌려달라며 내어주어야 할 일은 많이 없다. 앞으로도 쭈욱 해볼테니깐 응원해주세요. 


문신같은 요즘 OOTD.  편하고 자유로운 새우깡처럼 자꾸 손이가는 HUIT



4.5일제 덕에 좀 더 정돈된 확고한 짜임새가 있는 나만의 금요 리추얼이 생겼다. 시간이 생기면 더 하고 싶은일에 대해서 또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언제나 늘 그렇듯 시간은 선물이 맞다. 맘 바뀌면 요가말고 다른거해야지 : ) 그나저나 내일 주말지나면 또 월요일이죠? 대한민국 직장인 모두 힘내요. 미리 월요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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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pexels Andrey Grushnik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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