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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다이빙

by 미문

마음을 줄게.


아주 작고 형편없는 삐뚤한 모양으로 선을 긋는다. 넘어오는 사람에게 마음을 한 움큼 떼서 주자. 지키지 못할 약속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또 걸었다. 거짓을 위한 진실된 약속. 거짓말을 두 번 하면 결국 진실에 도달한다는 네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곧 세상이던 내 세상에 삐뚤한 선이 그어진다. 넘어오지 마, 넘어오지 마. 두 번만에 전하는 진심. 다시는 그런 마음 없을 줄 알았어.


초록 속의 무한한 다이빙, 네 손을 잡고 뛸래. 맞잡아오는 손이 안전바가 되었고 조금은 삐뚤어도 괜찮아. 추락하지 않아, 아니 추락하면 어때. 맞잡아온 두 손에 뼈와 뼈가 부딪히고 살과 살이 밀착한다. 더 꽉 잡아. 추락은 아니야. 손과 손을 맞잡은 채 하늘을 날았다. 하늘 아래에 우리는 곧게 날개를 뻗은 새처럼 남은 한 손을 길게 펼쳤다. 손틈 사이를 파고드는 빛, 여름빛. 너 몰래 네게 이름을 붙여주고 네 이름을 불렀지. 그리고 돌아보는 너.


마음을 줄게. 나약하고 견고한 마음을. 삐뚤한 모양이 결국은 모양새를 갖추고 네 눈동자의 테두리가 된다. 내 세상이 된다. 너는 일그러진 세상을 바라본다. 너는 내 선에 맞추어 두 눈을 뜬다. 어떤 날엔 가느다랗게, 어떤 날엔 동그랗게. 또 어떤 날엔 눈을 뜨지 않았다. 마음을 주고 난 뒤 초록의 이끼로 뒤덮인 그날의 자리로 돌아갔다. 동그랗게 앉아 네 이름을 손 끝으로 그어본다. 등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꼭 네 목소리인 것 같아 돌아본다.


마음을 준다. 두 손에 꼭 쥐고 있지 않으면 금방 소멸될 여린 것들을 쥐고서 걸어간다. 마주하는 두 눈동자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내 얼굴. 보고 싶어도 눈동자에 떠오르지 않는 네 얼굴. 둥둥 떠오르는 마음, 그런 것들을 네게 쥐여준다. 차마 잘 간직하라는 말은 하지 못한 채 동그란 손바닥 위로 글씨를 쓰듯 일렁거리는 여름빛. 간질거리는 손바닥을 꼭 쥔다. 새어나가지 못하는 빛이 손금 사이사이로 파고든다. 꾹 다문 입술이 빛을 머금은 것처럼 뜨겁다. 따가운 햇빛을 목덜미에 가두고서 마음 따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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