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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wovewove Aug 17. 2020

오래된 일기 -1

2017년 1월 8일 (에세이)

그는 자신 스스로를 비극으로 여겼다. 재능이라고는 기민하게 자신의 결함을 알아차리고, 그것에 사로잡히어 스스로를 궁지에 내모는 일뿐이었다. 그는 늘 하필이면 자신으로 태어났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그에게 일어나는 행복들은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불행을 찾아다녔다. 때에 따라 소득이 없는 날도 있었지만 대개는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그에게 삶은 빌린 적도 없는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 같았다. 계속 죄송하고 계속 억울하였다.


그를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지만 그는 행여 외로움이 달아날까 괴팍한 성미로 그들을 쫓아내곤 했다. 그는 게으른 편이었는데 불행한 일에는 꽤나 착실하게 굴었다.


사람들은 마치 강박에 가까운, 불행에 대한 그의 병적인 집착에 대해 이유를 묻기도 했다. 돌아오는 답은 매번 같았다. 신이 자신의 몫으로 불행을 많이 남겨두었다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그는 의심 많은 무신론자였다. 그치만 불행에 관해서는 한치의 의심도 없는 모양이었다.


드문 일이었지만 그는 이따금 날을 잡아 극장에 가거나 시내로 나가 저녁을 사 먹기도 하였다. 그는 몸치장을 할 때도 불행을 빼놓지 않았다. 어깨에 두른 불행은 마치 몸에 꼭 맞는 프랑스제 모직 코트만큼이나 폼이 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누가 보기에도 썩 잘 어울렸다. 그의 곁에서 불행은 제 주인을 만났다는 듯 의기양양해 보였다.


외출을 하고 돌아온 그는 한참씩 거울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단장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의 불행이 안녕한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의식이었다. 그 의식은 충분한 불행이 확인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때때로 멈추지 못하고 몇 시간이나 소요될 정도로 고단한 행위였다. 그는 항상 그런 식으로 시간을 낭비하였다. 그런 후에는 그 낭비한 시간에 대해서 또 골똘히 슬퍼하였다.


누구라도 그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속이 타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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