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9일 목요일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가지 않았다. 엄마가 친구들과 베트남에 갔기 때문이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은 환갑 때였다. 엄마와 동생, 남편과 나, 넷이 짧게 냐짱에 다녀왔었다. 그때는 다들 직장에 다닐 때여서 설 연휴에 맞춰 여행 일정을 잡았다. 경비를 줄이느라 새벽에 출발하는 저가 항공편을 예약했는데, 비행기가 지연되는 바람에 새벽 내내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현지에 도착해서는 엄마가 베트남 특유의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을 못 먹겠다고 하는 통에 모두가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고심 끝에 고르고 골라 들어간 식당마다 엄마를 만족시키지 못해서 우리는 번번이 힘이 빠졌다. 여행 내내 그렇게 자주 난관에 부닥쳤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었고, 딸 둘에게는 엄마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이었고, 남편에게는 처가 식구들과 함께하는 첫 여행이었다. 엄마의 환갑이니까 가족 여행을 가자고, 이왕이면 해외로 가자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왔지만 실상은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모두가 서로의 의향을 먼저 확인하고 눈치를 살피면서 각자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누구도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여행 내내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 허둥댔다. 다행히도 사진을 찾아보면 전부 웃고 있어서 퍽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지만, 아마도 여간해서는 넷이 다시 해외여행을 떠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그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은 이후로 엄마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거다. 여러모로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