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6일 월요일
영화 <스터츠>는 배우 조나 힐이 자신의 정신과 의사인 필 스터츠와 나누는 대화를 담고 있다. 스터츠는 자신의 환자에게, 또 스크린 너머 우리에게 말한다. 불행한 일이 생겼다고 신세 한탄에만 빠져있으면 안 된다고. 자신이 당면한 상황을, 그 불행 자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본인 또한 때때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되도록 그 마음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려 한다고 설유한다. 이따금 불행한 상황을 과대 해석해서 작정하고 힘들어하려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불행을 수용하다 못해 그 안으로 침잠하기를 선택한다. 나 역시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대로 주저앉아 아무것도 희망하지 않기를 선택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좋든 싫든 우리는 다음으로 이동해야 한다. 불행은 하나의 상황, 현상일 수 있지만 삶 전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경험에 의하면 불행에도 배울 점이 있다. 어떤 불행은 삶의 구분점이 된다. 각각의 불행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을 각오 또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한 인간으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기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시작점이다. 내가 있고 세상이 있다. 어떤 현상도 나를 우선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불행하며 쌓아 올린 삶의 기술과 능력이 나의 자긍심이 되었다. 완벽한 삶, 완전한 행복이라는 허상으로부터 나를 해방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