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8일 수요일
어제 독서 모임에서 만난 이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그가 배우자의 가족을 처음 만나러 간 자리에서 들었다는 말. 낯설고 어색해 허둥대는 그에게 가족들이 말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굳이 무엇을 하려 하지 말라고. 너는 그저 너로서 존재하면 된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그동안의 나는 어땠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오롯이 나로 살기를 바라는 나는 과연 남들도 그러기를 바랐던가. 사랑하는 이들이 내 앞에서 온전히 그들 자신이기를 바란 적이 있기는 했나. 오히려 가족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나. 오랫동안 가족 안에서 요구되는 나의 역할을 못마땅해했으면서. 딸, 언니, 아내, 며느리라는 굴레에 나를 맞추지 않으려고 애썼으면서 정작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는 그들이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해 주기를 바랐다. 사회가 정의하는 ‘정상 가족‘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나는 그 ‘정상적인’ 틀 안에서 안락하게 살고 싶어 했다. 내 부모, 형제, 배우자가 가진 고유의 성질을 궁금해하기보다 그들이 나의 평범한 가족이기를, 어떤 의미로는 보통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존재해 주기를 바랐다. 생각 없이 살다가 이렇게 한 번씩 깜짝 놀란다. 나는 어쩜 이렇게 이기적일까. 어떻게 이토록 나만 생각하며 살았을까. 그러다 문득, 이렇게 계속해서 알아가는 거구나, 알아차리고 배우면서 내가 마주하는 세계를 확장하는 거구나 생각한다. 배움의 감각이 진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 안의 어떤 벽이 허물어지고 공간이 넓어지는 게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