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어릴 적에 버스를 타고 경사가 높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 길들은 학교에 가면서 보았던 골목이나 친구네 집 근처의 경사진 길 같은 언젠가 어디에서 분명 보았던 길이었지만 그건 단지 꿈속에서의 확신이었을 뿐, 현실에는 없는 길이었다. 꿈속의 나는 버스 중간이나 뒤쪽 자리에 앉아 버스가 이 오르막길을 다 오르면 이윽고 반대편의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다고 생각하면서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차창 밖으로 무시무시한 낭떠러지가 보였다. 과연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인가 싶은 길이었지만 기사는 매번 태연하게 차를 몰았고 나를 제외한 승객들은 모두 평온한 얼굴이었다. 얼굴이라기보다는, 그러니까 어떤 표정을 보지 못한 채로 이미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꿈에서는 어떤 현상이나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고 있다기보다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린다는 감각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굳이 확인하거나 설명할 필요 없이 그저 그렇다는 것을 나는 받아들인다. 같은 꿈을 꿀 때마다 나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지만 단 한 번도 버스가 오르막길에서 멈추거나 길 아래로 추락하는 일은 없었다. 언제부터 그 꿈을 안 꾸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두렵고 초조했던 마음의 감각만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