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5일 토요일
예전에는 새해가 되면 노트를 한 권씩 샀다.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책을 읽다가 필사하고 싶을 때면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노트는 항상 들고 다닐 수 있게끔 너무 무겁지 않고 조금 얇다시피 한 두께에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골랐다. 내지는 줄이 그어져 있지 않은 것을 선호했고, 펜보다는 색연필을 주로 썼다. 노트를 펼쳐 일기를 쓰고, 필사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달력을 그려 앞으로의 일정과 누군가의 생일을 적었다. 현재보다는 지나간 시간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더 많이 썼다. 그러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노트를 잘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여태껏 글을 가장 많이 썼던 때가 그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주로 사진첩에 사진을 올리고 그 아래 글을 썼다. 친구와 일기장을 공유하며 교환 일기를 쓰기도 하고, 습작시나 소설을 비공개 게시판에 올려두기도 했다. 혼자서만 보던 노트에 일기를 쓰다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 글을 쓰니 새롭게 재미있었다. 나의 일기는 더 이상 나만의 글이 아니었다. 누군가 나의 게시물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가져갈 때도 있었고, 내가 모르는 새 나의 문장들이 복사되어 누군가의 일기로 쓰이기도 했다. 몇 년간 공들여 썼던 그 글들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사진첩이 복구되었지만, 그 아래 썼던 글들은 보이지 않았다. 온라인 공간에 남겨두면 평생 잃을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던 기록물들이 사라졌다. 홀연히 사라진 지난 글들이 이따금 궁금하고 그립다. 어쩌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플랫폼들도 언젠가 돌연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렇게 된다 해도 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와 일일이 백업하는 수고를 하고 싶지는 않으니, 그저 새로 쓰여야 할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