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7일 월요일
작년 이맘때는 메일링 연재를 했었다. 한 달 동안 한 주에 두 번씩 총 열 편의 산문을 메일로 보내는 방식이었다. 9월 11일에 시작해 10월 12일에 끝났으니 이맘때면 거의 막바지였던 것 같다. 그 한 달 동안은 거의 매일 글을 쓰는 기분으로 살았다. 아침에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나도 식탁 위에 노트북을 켜고 앉아 일과를 시작했다. 아침의 산뜻한 기운으로는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그렇게 쉽게 글 한 편이 뚝딱 써지는 날은 잘 없었다. 오전 내에 글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그날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앉아서 고작 한 문단을 쓴 날도 있었다. 물론 앉아서 오직 ‘쓰는‘ 행위만을 하지는 않았다. 사이사이 밥도 먹고 커피고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스트레칭도 하고 산책도 했다. 다만 다른 약속은 일절 잡지 않았고, 산책 외에는 외출을 삼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켜야 했다. 글을 받기도 전에 돈을 먼저 지불한 사람들에게 그 돈과 마음이 아깝지 않을 글을 보내고 싶었다. 당시 나의 뇌 구조를 볼 수 있다면 아마 메일링 연재와 관련한 영역이 80% 이상을 차지했을 것이다. 전부터 언제가 해보고 싶다고 바랐던 일이었지만, 단지 시간상으로 여유가 생겼다고 호기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약속한 열 편의 글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미리 구상했고, 두 편 정도 완성한 글을 가지고 시작했다. 나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자주 힘에 부쳤다.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면 진심으로 애썼던 흔적이 역력하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좋은 글을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나를 믿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이 한데 얽혀 고스란히 글에 담겼다. 지금 와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해냈지 싶은데, 따지고 보니 나는 지금도 매일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