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9일 수요일
세상 어디에도 나와 완벽하게 들어맞는 사람은 없다. 나조차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하다못해 기분에 따라 끊임없이 말을 바꾸고 자세를 고치지 않나. 그 변화의 사이클까지 맞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다. 자의로 누군가와 함께 사는 일에는 결국 사랑이 관여한다. 사랑 없이는 그 수많은 감정과 선택을 설명할 길이 없다. 타인과 함께 살기 위해서는 각오했던 것보다 더 큰 마음이 필요하다.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물론이고 내게는 결점처럼 느껴지는 부분까지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묵과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이 필요하다. 상대의 실수를, 설령 그 일이 내게 상처를 준다 해도 안아줄 수 있는 마음이 요구된다. 한 사람과 십 년 넘게 함께 사는 동안 그런 걸 배운 것 같다. 이런 시도는, 그러니까 몇 번이고 같은 시도를 반복할 수 있는 마음은 사랑이라는 걸. 남편과 나는 꼭 맞지 않다. 우리의 성질이나 가치관, 세부적인 습관이나 추구하는 삶의 방식 같은 것들을 죽 나열해 보면 비슷한 부분보다 다른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사랑에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남편이 나와 닮거나 똑같기를, 그가 나와 꼭 같은 꿈을 꾸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이기 전에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한 사람이다. 나는 그가 다만 그로서 존재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은 쉽지 않아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먹고 계속해서 달래야 하지만, 그것이 내가 그에게 주고 싶은 사랑이라는 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