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100일 단상집을 쓰기 시작한 지 오늘로 87일째다. 쓰는 동안 꼬박 여름이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오고 있다. 이주 후에 연재가 끝나면 한동안은 이런 일을 벌이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와 동시에 다음번에는 다른 플랫폼을 이용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한다. 매일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만, 매일 글을 게재하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아서 마음이 끊임없이 살랑거린다. 글을 쓰려고 앉았는데 도통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면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 지나온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문장을 썼고, 어떻게 글을 마쳤는지 살펴본다.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으면 이어 쓰거나 새롭게 쓰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생긴다. 내가 쓴 글은 나의 읽을거리이자 다시 쓸거리가 된다. 글을 쓰면 쓸수록 소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보다 어려운 건 언제나 시간을 내는 일이다. 무엇에 대하여 쓸지 궁리하고 충분히 사유하고 마침내 앉아서 쓰기 시작하고, 쓰다가 멈춰서 다시 생각하고 방금 쓴 문장을 다시 읽고 고치고 계속 쓰고 이윽고 그만 쓰기로 결정하기까지. 그러니까 한 편의 글에 얼마의 시간이 들지 나는 결코 미리 알 수 없다. 하물며 쓰자고 마음먹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요즘 나는 어느 때보다 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이전보다 더 겨를이 없다고 느낀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니 그만큼 하고 싶은 일도 아주 많아져서다. 문득 남은 올해 동안은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자고 다짐해 본다. 아무래도 그걸 가장 원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