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십오 년 전에 한 사람이 죽었다. 만 오십삼 년을 채 살지 못한 한 남자의 죽음이었다. 남자에게는 아내와 두 딸이 있었다. 남자의 안에는 그들을 향한 사랑이 그득했지만, 그 사랑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남자의 죽음 앞에서 세 여자는 슬픔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꼈다. 셋 중 누구도 그의 생과 사 중 어느 쪽이 자신에게 이로울지 자신 있게 답할 수 없었다. 남자는 오랜 알코올 중독 환자였다. 그의 생은 여자들을 다양하게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남자를 잃은 여자들은 큰 슬픔과 절망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너무 가까운 이의 죽음이 눈앞에서 일어났다. 그건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털어버릴 수 있는, 익히 알고 있던 이별이 아니었다. 세 여자는 오랫동안 각자의 비통함에 잠겨있었다. 남자가 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남자와 살고 있는 여자들에게 남자는 그저 둘로 나뉘었을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의 남자와 죽고 난 후의 남자. 여자들의 인생에서 남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죽는 날까지 남자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어느 순간 여자들은 알았다. 한 사람의 죽음을 각자 다르게 겪는 세 여자의 생은 서로 이어져 있다. 그의 죽음은 적어도 세 가지 모양을 가졌다. 세월이 흘러 여자들마저 다 죽고 나면 남자는 어디로 갈까. 그는 과연 이 세계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