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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다영 Oct 13. 2024

필요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나는 진심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싶었던 적이 있나. 대가 없이 타인에게 나의 귀한 무엇을 주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나의 마음과 수고, 내가 소유한 물질을 오로지 남을 위해 기꺼이 내놓았던 적이 있었나. 먼 기억 속에, 그러니까 아직 선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어린 날에는 그와 비슷한 마음을 먹었던 것도 같은데 정작 또렷하게 기억나는 장면은 하나도 없다. 나는 줄곧 나만을 위해 살아왔나.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 텐데 그렇게 말하자니 묘하게 억울함이 인다. 내가 정말 나만을 위해서 살아왔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태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더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닌가. 그러기에는 욕심이 부족했나. 나의 분수를 실제보다 조금 더 높게 두고, 그에 더해 그보다 더 원하며 살아야 했나. 그래야 계속해서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생각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꾸만 어떤 상태를 위해, 한 지점을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로 내가 길들여진 것 같아서 께름칙하다. 다시 돌아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다. 나는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기를 바란다. 이 말을 하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 같아서 두려울 뿐. 내가 사랑하는 무리에서 배척당할까 봐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 않을 뿐. 그러니까 진심은, 나는 어떤 사람, 어떤 관계에도 필요 이상으로 애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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