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4일 월요일
어제 오후에 낮잠을 길게 잔 탓인지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깼다. 깼다고 하기에는 몽롱하고 다시 잠을 청하기에는 어중간하게 명료한 상태로 거실로 나왔다. 오전에 진료 예약이 잡혀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다시 잠들지 못하는 걸까 생각한다. 크게 신경 쓰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데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어떤 구석은 꽤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나의 모든 면면을 다 알아차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를 아는 데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또한 한정되어 있으므로, 일정 부분은 짐작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몇 시간 후에 의사를 만나면 보름 전에 받았던 몇몇 검사의 결과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런 검사들로 내 몸의 상태를 완벽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기술로 정해진 단계에 따라 나의 신체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여 알아낸 의학적 정보를 가지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어제 병원 앱에서 혈액 검사 결과를 미리 확인한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그런 결과가 위안이 된다. 반년에 한 번씩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의사를 만난다. 내가 괜찮다는 것을 그에게 확인받아야 다음의 삶을 도모할 수 있다. 내 몸의 어딘가가 아파도, 그가 괜찮다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하면 나는 괜찮은 상태가 된다. 규칙을 알게 된 후로 진료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와는 아주 짧게, 가끔만 만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둘 사이에 상의할 일이 없어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