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8일 화요일
새벽에 몇 번 눈이 떠졌다. 눈을 뜬 채로 누워있었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이 시각, 이런 기분, 이런 자세로 내가 누워있었던 곳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혼자였거나 누군가와 함께였거나, 내가 살던 곳이었거나 혹은 누군가의 집이었거나. 높이가 비슷했던 침대들, 따듯한 이불속, 그곳에 누워서 보았던 천장의 무늬들, 희미하게 빛이 새어 들어오던 창, 방의 냄새, 옆에 누운 이의 뒤척임과 온기, 살결의 감촉. 수많은 이미지가 하나의 장면처럼 나를 통과하는 걸 느꼈다. 너무 많은 방, 너무 많은 침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거기 있었는데 지금 내게는 그저 이만큼의 작용을 하는구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기억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나를 조금도 해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분명 기억만으로도 다치고 아팠던 날들이 있었는데. 나는 누운 채로 어느새 이곳에 와 있다. 누운 채로 수많은 시간을 지나 이곳에 누워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싫어서 그대로 영영 눈이 떠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밤이 있었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던 때가 있었는데. 내가 언제 이만큼 왔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정말 다 괜찮아졌다는 걸 알겠다. 과연 다 지나갔구나. 그렇게 또 지나 보낼 수도 있겠구나. 그 기분이 좋아서 절로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