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_할 말이 있어

본문 8

by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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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다. 이만 들어가자.


누나.


들어가자.


더 할 말이 있는 듯한 동생만 덩그러니 두고 나는 죽은 풀잎이 마구 엉겨 붙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가자며. 이만 가자고. 동생을 돌아보니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앉았다.


누나.


누나는 한 바퀴 돌고 갈 테니까 먼저 아버지 모시고 들어가. 고등어 다 식었겠네. 바로 먹어야 맛있는데.


누나아.


음절이 하나하나 늘어지는 동생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언덕을 툭 툭 내려간다.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 탓에 다리가 제멋대로 춤을 춘다. 나는 고작 한 뼘 내디뎠을 뿐인데 두 뼘씩, 세 뼘씩 쿵쿵 떠내려간다.


누나! 나는 고등학교도 안 가고 싶어! 공부하는 것도 싫어! 누나 해!


동생이 뱉은 소리가 쿵쿵 뒤통수를 때리고는 나보다도 빨리 세 뼘씩, 네 뼘씩 저어기 아래로 굴러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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