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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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죽었다. 들짐승이 물어 죽인 건지 뭔지, 학교에 가려고 일어나서 먹지도 않는 개밥을 챙겨라도 주려고 마당에 나갔다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온 가족이 깨어 일어났다. 지난 저녁부터 새벽까지 내린 비에 진흙이 된 마당 가운데 빗물 웅덩이 대신 피 웅덩이가 졌다. 가까이 가서 개를 보는데 어찌 그리 말랐는지 내 손에 들린 개밥그릇만 괜히 한 번 쳐다보았다가 그 옆에 내려두고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참에 내 비명을 듣고 나왔던 남동생이 개를 보고 달려 나가는 그 옆을 스쳤다. 방에 들어와 눈물도 흘리지 않고 빈 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눈앞에 서 있던 벽이 스윽 눕더니 바닥이 되고, 그 위로 우리 집 개가 뱅뱅 돈다. 바짝 마른 개가 뱅글뱅글 돈다. 나는 진흙이 묻잖어, 하며 물을 한 바가지 퍼가지고 가까이 가는데 개는 멈출 기색도 없이 돌다 돌다가,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비가 한 바가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빙빙 돌고 또 돈다. 빗물이 사방으로 튀고, 발아래서부터 진흙이 온몸으로 튕겨져 묻어나간다. 진흙이 다 묻잖어어, 하며 불러도 멈추질 않다가 내가 멀찍이 서 있는 남동생을 부르니 갑자기 내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곤 픽 쓰러져 눕는 것이다.
아마 잠시 꿈을 꾼 건지 눈앞에서 모든 게 하얗게 멀거졌다. 벽도 다시 그대로 서 있고, 무엇 하나 바뀐 게 없었다. 밖에서 남동생이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불러주지 않았던 그 개의 이름을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하게 부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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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 애의 생각을 도통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딸애와의 전화통화는 그 횟수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먼저 전화를 해도 할 일이 많다며 금방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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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을 날을 앞두고 있어요. 이제 곧이에요. 엄마한테 할 말이 많은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쓰다 만 편지를 남기고 갈 것 같아요. 나는 왜 이렇게 엄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지. 이렇게 되기 전에 한 번이라도 엄마한테 힘들다며 안겨 울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엄마, 나는 무서웠어요, 모든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