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거싫부싫 증후군 일파만파 (2024)

거절

by 김민주

"거절 싫어, 부탁 싫어" 일명 거싫부싫 증후군 일파만파 (2024)


안녕하세요. 특파원 김민주 기자입니다. 오늘은 ’행복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쿼카 신도시에 나와있는데요. 늘 밝은 얼굴로 행복을 전파하던 쿼카 신도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거싫부싫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거절 싫어, 부탁 싫어‘ 증후군이 퍼지고 있다고 하여 취재를 나왔습니다.


쿼카 신도시는 ’행복, 배려, 사랑’을 모토로 1900년대 초 계획 개발되어 지금은 ’행복의 마을‘로서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늘 밝고 맑은 얼굴로 웃으며 일상생활을 보내던 쿼카들이 입주하여 자리를 잡아 터전을 이루었는데요. 그런데 최근 2-3년 사이에 특히 쿼카 2세대라고 불리는 젊은 층 사이에서 거싫부싫 증후군이 일파만파 퍼지며 울상을 하고 다니는 쿼카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입니다. 이 거싫부싫 증후군은, 거절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거절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부탁이나 제안을 하고 받는 것조차 거부하게 되는 현상을 보이며, 이에 따라 자연히 눈꼬리와 입꼬리가 아래로 쳐지는 증상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미 거싫부싫 증후군을 앓고 있던 쿼카들에 의해 거절과 부탁에 대한 어려움이 점점 더 커지고, 다른 쿼카들까지 ‘거절 싫어, 부탁 싫어’를 얼굴표정으로 드러내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김ㅇㅇ (쿼카, 23세, 직장인)
”처음에는 웃는 얼굴을 유지해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서,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거절의 경험을 주고 싶지 않아서 거절을 하지 않았었는데요.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고, 모든 제안을 다 받아들이는 것들이 저의 에너지를 너무 잡아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런데도 상처 주기 싫고, 미움 받기 싫어서 웃으면서 끄덕거리고 다니다 어느날 보니 입꼬리가 안 올라가는 거예요. 일할 때도 늘 입꼬리가 쳐져있으니 아무도 말을 안 걸어요. 저도, 다른 쿼카들에게 말을 안 걸게 되고요.“


박ㅇㅇ (쿼카, 38세, 자영업자)
“행복의 마을이 불행의 마을이 되어버렸어요. 얼마 전까지 있던 알바생이, 증상이 좀 심했는데요. 주문을 받는 것조차 힘들어 하더라고요. 가게가 안 돌아가서, 알바생을 교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 친구 울상을 보니 저도 말을 꺼내기가 참 어렵데요. 그렇게 두 달 정도를 서로 더 버티는 상황이 되었고, 덕분에 매출이 바닥을 찍었죠. 단골손님들도 다 떨어져 나갔어요. 마지막엔 그 친구가 도망을 갔어요.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요.“


인터뷰에 응하는 주민들 역시 더이상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모양인지 울상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싫부싫 증후군은 일상생활에도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근처 모 대학의 싫고양 교수가 입을 열었습니다.



싫고양 교수 (고양이, 62세, 쿼카심리학 교수)
“젊은 층에서 거싫부싫 증후군이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쿼카 사회적으로 봤을 때 대단히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면만 보았을 때에는 단순히 ’거절을 싫어하고, 부탁을 싫어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면면을 따져보면 그 이면에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긍정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선택들에 대해서 수용하는 것들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선택들을 하고, 그 선택이 현상황에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 상대방의 ‘거절’ 역시 그러한 선택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쿼카들은 계속 고립될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죠.“


싫고양 교수는 쿼카심리학의 1인자로 불리는 만큼,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열렬히 설명하며, 이것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절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당신은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꼭 실어달라고 말하며 담장 너머로 사라진 싫고양 교수 뒤로 울상을 한 쿼카 학생들이 뒤뚱뒤뚱 따라나갔습니다.


행복의 마을을 붕괴시키고 있는 일명 ‘거싫부싫 증후군’. 인터뷰 이후, 싫고양 교수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밀한 분석이 진행되어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였고, 거싫부싫 증후군으로 인한 일상의 크고 작은 피해들이 하루 빨리 복구되어야 하며 증후군이 심화되면서 나타날 쿼카 고립 현상을 예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일침을 전했습니다.

좀 더 건강한 사회와 쿼카들의 행복을 위하여 싫고양 교수의 말대로 청년 쿼카들이 스스로 ‘잘 해내고 있음’을 잊으면 안되겠습니다.


이상 행복의 마을 쿼카 신도시에서, 김민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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