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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Nov 08. 2024

괜찮어. 괜찮어. (2024)

alive

괜찮어. 괜찮어. (2024)


 고단한 날들 사이에 있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고단한 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고단하다는 것으론 너의 고단한 인생을 다 표현하기에 너무 부족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어. 그러나 또 힘든, 우울한, 슬픈, 아픈, 따위의 말로 너의 인생을 담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말을 해봐. 고단한 날들이라고. 나의 고집 같은 거겠지.


 너는 요즘 나에게 자꾸, 자꾸, 자꾸. 힘들고 아프다는 말을 하곤 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거나. 살아있는 게 뭔지 모르겠다거나. 뭐라도 있어서 니가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그럼 나는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괜찮아, 그런 말이나 하고 말이야. 근데 있잖아. 나도 실은 그걸 잘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정답인건지. 살아있는 게 뭔지. 내 삶을 잡고 있는 게 뭔지. 그래서 니가 어떻게 살아야, 어떻게 해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니 삶을 잡아갈지 잘 모르겠어. 그래서 나는 너의 삶에게 내가 달리 해줄 수 있다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을 살고 있어. 그게 사실 맞어. 내 삶을 내가 가져가는 거고, 너의 삶은 니가 가져가는거니까. 그게 맞다는 사실이 나를 힘들게 해. 우리의 삶은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고단하고, 외롭고, 쓸쓸한 거라고.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를 보면서 그런 걸 느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슬픈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는 나야. 


 그래서 나는 너를 어찌 하지 못하고, 실은 너 몰래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을 하려고. 그리고 그 최선이 정답이 되길 바라면서 마음을 너에게 주기로 했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건 결국에 마음밖에 없구나, 그런 생각을 해서. 너는 자꾸만 잠에 들지 못하고. 너는 자꾸 컴컴한 새벽에 깨어나고. 너는 또 울고. 너는 또 아파해. 나는 그런 너를 잠들게 하는 방법을 모르고, 새벽에 깨어난 너를 모른 채 단잠에 들어 있을 것이고, 네가 우는 순간에 나는 누군가와 웃고 있기도, 네가 아파할 때에 나는 이런 하찮은 글이나 쓰고 있겠지만. 내가 너를 만나는 때에 나의 가장 큰 마음을 너에게 주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언제든지. 마지막의 끝에도, 끝의 마지막에도. 그냥 나를 붙들고 늘어져 있어.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럼 어때. 그게 삶이라면 그게 삶이지. 누군가를 붙들고 늘어져서, 나 죽고 싶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라고 말하는 것도. 스스로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나는 너의 손을 줄줄 붙들고 괜찮어, 괜찮어, 같은 말을 하고 너는 정말 괜찮나? 착각을 하게 되는 것도. 그냥 그런 것도 삶이라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된다고. 아프고. 힘들고. 우울하고. 슬프고. 고단한. 우리에게. 괜찮어. 괜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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