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좀 비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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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어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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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식으로는 영영 운동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 주변에 있는 헬스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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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체에 살이 잘 붙고, 그에 비해 상체에 많이 살이 안 붙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몸무게보다 적게 보는 경향이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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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하체비만형 인간이 잘 감추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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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근 부쩍 살이 좀 붙었는데 살이 붙는 모양이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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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라인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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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게 나잇살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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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나는 근력이 0이다. 살 자체가 멀렁멀렁하다. 근육이라곤 찾아보기가 힘든 타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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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습관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아침약은 식욕부진을 일으키고, 저녁약은 식욕을 불러오는 부작용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쫄쫄 굶다가, 저녁에 폭식을 한다. 야식도 자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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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려고 노력해 봐도, 약의 영향으로 올바로 잡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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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먹을 거라면 운동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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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헬스장 두 군데를 찾았다. 보다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되는 곳을 하나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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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제 첫 운동을 하고 왔다. 아직 기구 같은 것은 할 줄 몰라 제일 만만한 러닝머신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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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나 이제 집에 가도 돼?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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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3킬로는 해야지.
안돼. 200칼로리는 해야지.
안돼.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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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치만 민주는 너무 부담 주면 오래 못할 것 같아.
오늘 첫날이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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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에서 내려가면 어지러울 것 같아서, 그리고 헬스장과 아직 친해지지 않은 나는 3.4킬로를 돌파할 때까지 러닝머신에서 내려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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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러지면 다 쳐다보겠지? 안돼. 제발 쳐다보지 말아 주세요. 아무도 나한테 신경 안 쓰겠지? 제발. 제발요. 제발 저 쳐다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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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쓰러지진 않았다. 흐린 눈으로 정수기를 찾아서 물을 두 컵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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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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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위에서는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내 체력 이 정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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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담 트레이너 선생님이 OT를 해주신다고 하셨다. 50분 동안 인바디 체크, 운동방향, 운동법 등을 알려주신다고 하셨다. 스케줄을 잡으면서 선생님에게 슬쩍 저 헬스장이라는 데를 처음 와봐서요, 잘 부탁드려요,라고 하니 선생님의 눈이 빛나는 걸 보았다. 영광이네요,라고 말씀하셨다.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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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목표는 헬스장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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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목표는 건강한 돼지가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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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갈 생각 하니까 또 긴장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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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들바들 떨면서 어떤 짧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