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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넌 May 19. 2024

결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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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후에 결혼식이 있어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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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오랜 시간 봐 온 동료 선생님의 결혼식이었다. 가기 2주 전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평소 후리하게 입고다니는 편이라 결혼식에 무슨 옷을 입고 가야할지 아주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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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비색 원피스와 인디핑크색 원피스가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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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비색 원피스 특징

1. 7부 소매

2. 원단이 톡톡하여 지금 날씨에 조금 더울 수 있음

3. 단정함

4. 요즘 살이 쪄서 조금 작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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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핑크색 원피스 특징

1. 반팔 소매

2. 단정하나 색이 마음에 걸림

3. 지금 사이즈에 핏하게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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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나 최근 살이 좀 붙은 걸 생각하면 인디핑크색을 입는 게 맞았지만 혹시 색이 너무 튈까봐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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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결과, 새로 사자는 결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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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예산의 문제로 새로 사지 못 하고 결혼식 당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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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더울 것 같았고, 인디핑크색 정돈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이 들어 인디핑크색 원피스를 먼저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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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치고 결국 네이비색으로 갈아입었다. 마음에 걸리면 안 하는 게 마음 편할 것 같았다. 조금 더운 게 뭐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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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 구두를 꺼내 신었다. 구두를 신으면 뒷꿈치가 반드시 까지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를 마쳤다. 까지지도 않은 뒷꿈치에 밴드를 꾸역꾸역 붙여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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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에 밴드가 모두 걸레짝이 되었다. 뒷꿈치가 점점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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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결혼식에 가는 길이 설레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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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신부님을 만났다. 학원 아이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공주의 기준이 선생님이 될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예쁘셔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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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가 어머님이 손을 꼭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참았다. 어우, 동료 결혼식에서 눈물 흘리는 건 정말 주책이지, 생각하면서 꾸욱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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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님이 아버지의 손을 잡는 순간 또 울컥했다. 아, 정말 주책맞은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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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결혼식 보는 걸 좋아한다. 시작을 알리는 두 사람의 입장, 부모님에게 드리는 인사, 두 사람을 축복해주는 사람들의 노랫소리, 박수소리 같은 것, 모두 좋다.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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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는 내내 싱글벙글 웃으면서 봤다. 특별히 재미난 이벤트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즐거웠다. 선생님께서 앞으로도 저렇게 예쁜 미소를 지으며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 안에서 춤추고 있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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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하러 갔을 즈음, 밴드 대신 내 뒷꿈치가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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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가는 길이 정말 고역이었다. 뒷꿈치를 슬쩍 살펴보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서른 넘은 어른은 이런 일로 길바닥에서 울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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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을 열고 집 계단을 올라가면서 이미 구두를 벗어 들고 맨발로 올라갔다. 발이 아우성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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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야! 살려줘! 날 제발 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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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는 버리자. 다시는 신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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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보니 지난 밤 사이에 공주 선생님으로부터 감사 인사가 담긴 메세지가 와있었다.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알록달록한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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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으셨을 와중에도 연락을 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공주 선생님, 마음씨도 공주. 내 마음 속에 공주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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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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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이 되길 바라며 어떤 짧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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