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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Mar 01. 2022

3년의 쉼표가 끝이 나는 가 1

확진 편

명절이 돌아오면 우리 가족은 자연스레 냉장고의 신선재료를 소비하기 시작한다.

부부가 고향이 같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니 어디로 먼저 가고 어디로 가자 싸울 일도 없다.

이번엔 지난 7년 2번씩의 명절보다 완벽하게 냉장고를 비워내고

차가 막힐 것에 대비해 새벽 출발을 목표로 짐도 완벽하게 싸놨다.

주말에 해야 하는 모든 스케줄도 조정하고 완벽한 준비를 마쳤다.


자기 전 당부도 잊지 않았다

‘기상시간 4:00시 일어나 빨래까지 마치고 5시 30분엔 출발하는 거야’


새벽시간 4시가 조금 넘어(나도 늦게 일어남) 아내가 부스럭부스럭 이야기했다.

여보 나 열나!’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졸린 눈을 비비고 5분이 지나고 깨달았다.

아~ 이 모든 완벽한 준비는 물거품이구나~


아침에 부랴부랴 온 가족이 보건소로 향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까지는 그냥 PCR 검사가 가능한 날짜였다.

그러나 반면 자가진단을 먼저 하고 양성반응이 나오면 PCR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시범 시행 첫날이라서 그런지

보건소에 기자들도 많고 현장에 구청장님도 나와계셔서 일단 모든 사람들을 자가진단으로 가라고 이야기했다.


시키는 대로 해야지 하는 마음에

온 가족이 다 함께 자가검사 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콧속을 찌를 때 부러뜨리는 선까지 깊숙이 양쪽을 10번씩 돌리라고 하기에 있는 힘껏 찔렀는데..

가족 모두가 음성이 나왔다.

심지어 아내는 열에 두통에 인후통이 있었음에도 음성이 나왔다.

음성으로 24시간 확인서를 온 가족이 받아들었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열이 나서 움직이는 건 민폐라고 생각하고

고향도 못 내려가겠다 말씀드렸다.


그런데.. 어쩔 냉장고 안의 신선재료가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

부랴부랴 근처 마트에서 명절에 문을 닫기 전 이것저것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극진히 아내를 보살폈다


그래도 떨어지지 않는 열에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무료 PCR 검사 마지막 날에 온 가족이 다시 한번 검사장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그날은 무료 pcr마지막 날이어서 인지 줄이 무척이나 길었다.

길고 긴 줄에서 기다려 코를 찌르고 그다음 날 보통 오전 9시경에 음성 확인 문자를 받곤 했는데..

오후 3시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리고 피곤함에 가족 모두 낮잠을 청하고 누웠는데…

‘양성’ 띠용 문자를 받고 말았다.


길고 긴 확진의 과정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오미크론에 확진되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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