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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Jun 13. 2022

조종 - 간접적으로 상대의 행동은 원하는 방식으로

아들아 아빠의 연약이 너에게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

"아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게?" 

시작은 일상이었고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주말 교회 청소 당번들이 청소를 끝내고 우르르 몰려가 편의점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아들이 조용히 다가와 옷을 끌어당기며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이야기했다. 

"뭘 보고 있는데?"

"멘토스"

"아 그렇구나~~ 알겠어 잘 보고 있어"

보고있다는 이야기 이후에 사달라 먹고싶다 본인의 원함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것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별것 없는 이야기는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별것 아닌 일이 또 벌어졌다. 


아침에 음악을 틀어 듣고 있는데 아들이 또 이야기했다. 

"인 크라이스트가 율동이 좀 더 쉬워!" 


별일 아닌 일상적인 대화였는데.. 마음에 뭔가 먹먹히 걸려왔다. 

"아들 좀 쉽구나 알았어"

원하는 것을 이야기 하지 않아 또 그렇게 넘어가려 했다.

그러자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더 쉬워"

"쉬운데 어떻게 하고 싶은데? 원하는 게 뭔데? 원하는 게 뭔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그건 아빠를 조종하는 거야~"

"난 저 노래가 더 쉽고 듣고 싶어!라고 이야기하면 아빠가 들을 수 있어 지금은 안돼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 네가 이렇게 수수께끼 하듯 아빠한테 내 마음을 맞춰봐 하는 건 안 되는 일이야"


사실 너무 유별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아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편이다. 무서운 아빠의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넌지시 자신의 우회하여 좋아한다는 것을 흘려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받아내려 한다. 정도가 너무 지나치지도 않고 유별난 아이는 더더욱 아닌데.. 

그래도 아빠의 연약한 부분이 아들에게 들어가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죄의 어떤 모양도 들어가기 원치 않은 아빠의 마음이 절절하다.


사실 아들에게 조종은 나쁜 거야 원하는 것을 바로 나에게 이야기해주렴 이라고 이야기했는데.. 

그건 아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강하게 나에게 이야기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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