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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배우 Aug 15. 2022

아빠의 의도를 믿었다면..

성장의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똑똑함이 아닌 신뢰가 아닐까??

여름이 오기 3달 전부터 아들은 신나는 물놀이를 기대했다. 

너무 어린 시절 호텔 수영장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 따라갔던 물놀이가 아니라 

코로나 직전 4살 수영장은 두려움과 공포로 물들었다. 

튜브를 탔지만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며 얼고 불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의 잠시 멈춤은 우리 가족의 물놀이마저 멈췄다. 

그리고 그 2년의 시간 동안 아이는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물놀이에 관한 '어떤'이야기를 했던 걸까... 

올해 물놀이에 야심 차게 수영과 잠수와 이것저것을 하겠다고 다짐도 하고 기대도 했더랬다~~

그런데 

오늘 약속한 물놀이가 시작됐다. 

8월 15일 어딜 가도 사람이 가득할 것 같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계속으로 향했는데 그곳에도 사람이 많았는데...

정비가 잘 된 계곡이었다. 한쪽은 발목까지 아이들이 놀기 좋게 만들어졌고 

한쪽은 약 1m 30Cm 정도의 최고 수심으로 어른들이 놀기에 좋은 구조로 정비해 놓은 계곡이었다. 


처음에는 발목까지 차는 곳에서는 찰방찰방 재미있게 놀더니 

이제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좀 깊은 곳에서 놀자고 아들을 이끌고 함께 갔다. 물론 손을 놓을 생각도 없지만 아들은 성능 좋은 구명조끼를 착용 중이었기에 사실 혼자 깊은 곳에 가도 거의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처음은 '아빠 저쪽으로 가자'로 시작된 거부는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온 발로 아빠를 붙잡고 급기야는 생명을 향한 강한 집착은 아빠의 중심을 흔들 만큼 강한 힘으로 아빠를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계속해서 아들에게 괜찮다고 아빠는 놓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줬지만 발이 땅에 닿기 전까지는 그 힘이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고 과정을 거쳐 가르쳐야겠지만. 


튜브를 타도 물놀이도 조금 더 깊은 곳으로 가야 재미있는 놀이를 할 수 있고 

그것을 위해서 아들에게 빨리 이것을 가르치고 싶지만 

아들은 온몸으로 지금 발목 상태의 물에서 놀겠다 고집을 피운다. 


심지어 그 회기를 향한 힘은 아버지를 위협할 수준으로 말이다. 

아빠는 그 힘이 없다면 그리고 아빠를 신뢰한다면 완전히 아빠의 안전함과 선함을 신뢰한다면 

훨씬 재미있는 세상이 열렸을 텐데... 

그리고 온 마음과 온몸으로 그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는데... 


늦은 밤 나도 내 삶에 다가온 아까가 주고 있는 선함을 온 마음으로 거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묵상하며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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