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라는 실재(實在)

by 이상균



카를로 로벨리의 최신작 <화이트홀>을 다 읽었다. 곧 독후감을 쓰겠지만(대체 밀린 독후감이 몇 편이지) 감동적인 문장을 만나서 먼저 한 꼭지. 이런 장면들 때문에 카를로 로벨리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리 스몰린이나 미치오 카쿠, 브라이언 그린에게는 없는 재능이다.


대화는 관계다. 우리는 우리의 배우자와, 인류와, 세계와, 우주와 이어져있다. 우리는 우주에서 왔고, 언젠가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쇼펜하우어의 근원적 일자, 니체의 디오니소스적 전체, 그리고 카를로 로벨리가 말하는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가득 안고 있는 이 전체로서의 우주로 말이다.


우리가 무언가와 관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것과 이어져 있다. 우리는 실재를 알고자 하지만, 우리가 실재라는 것을 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에서 실재를 찾아내고자 하지만, 실은 우리 자신이 실재인 것이다.


이 것을 깨닫는 순간 과학과 철학, 예술과 종교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우리는 비로소 블랙홀을 이해하려는 마음과, 진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마음과, 거기에 있는 아름다움을 가져오려는 시도와, 신을 갈구하는 마음이 모두 같은 것임을 알게 된다. 우리는 <싯다르타>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https://brunch.co.kr/@iyooha/74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해를 위한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