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 집 앞 카페에 앉아 올해 읽은 책들을 살펴본다.
올해는 31권의 책을 읽었거나, 읽고 있다. 올해 읽기의 특징은 드디어(?) 철학 비중이 과학보다 높아졌다는 것, (내 최근의 관심이 확실히 철학 쪽으로 기울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소설을 꽤나 많이 읽었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미친 듯이 소설만 파서 읽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이후 5권 이상 소설을 읽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 외에도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도 선생님은 '사유의 지평은 어느새 넓어져 있다'라고 하셨다. 지평은 점진적으로, 연속적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고개를 들었더니 갑자기 저물어 있었던 날처럼, 지평은 단절적으로, 불연속적으로 확장된다.
나는 어느새 현상-물자체 구도를 거시세계-양자세계와 비교할 수 있게 되었고, 불교의 윤회를 관계적 양자론과 더불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칸트의 인식형식으로서의 시간과 양자중력이론의 입자로서의 시간이 각자의 관점에도 모두 옳음을, 바로 그것이 존재의 의미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구도는 놀랍게도 소설로 완성되었는데, 그 소설이 바로 <싯다르타>이다.
내년에 나는 과학에서는 초끈이론을, 철학에서는 헤겔과 분석미학을 읽으려고 한다. 양자중력이론이 아닌, 현재 정상으로 고정되어 있는 과학이 말하는 시간과 공간이 궁금해졌고, "우리는 헤겔을 비판할 때에도 해겔의 구도 안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푸코의 말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칸트를 읽었던 것은 내년에 헤겔을 읽기 위함이었다) 내년 이맘때엔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구도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오늘 저녁 마나님과 나란히 앉아 와인을 따면,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해볼 생각이다.
이하 내가 선정한 [내 맘대로 독서상] 수상작과 (소급한) 이전 수상작들, 그리고 올해 내이 읽은 책들의 리스트를 수록한다.
2024년 수상작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40대의 헤세가 가상의 싯다르타(부처)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인간 개별과 전체로서의 우주, 상징으로 분절된 세계와 그래서 가르칠 수 없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혹시 책이 궁금할 분을 위해 독후감을 링크한다)
https://brunch.co.kr/@iyooha/74
202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2023 <말과 사물>, 미셸 푸코
2022 <선악의 저편>, 프리드리히 니체
철학/미학 (12)
비극의 탄생
형이상학 서설
순수이성비판 서문
칸트 철학으로의 초대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 읽기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라캉, 바디우, 들뢰즈의 세계관
라캉 읽기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내 삶에 새기는 쇼펜하우어
불온한 것들의 미학 (읽는 중)
정신분석 (1)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종교 (1)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
과학 (6)
코스모스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화이트홀
소설 (8)
싯다르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롤 베 스타인의 환희
현의 노래
작별하지 않는다 (읽는 중)
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 (읽는 중)
크레테
시집 (1)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자기계발/업무 (2)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게임 기획의 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