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결산

by 이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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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1권의 책을 읽었거나, 읽고 있다. 24년에는 31권을, 23년에는 27권을, 22년에는 46권을, 21년에는 44권을 읽었다. 보시다시피 독서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 읽기보다 쓰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금 더 깊은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올해는 철학자의 1차 저작으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에세이 <도덕 외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과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그리고 마르틴 하이데거의 주저인 <존재와 시간> 서문을 읽었다. 아마 양적인 기준에서 독서량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 같다. 업무가 바빠지고 있기도 하고.


좀 세부 사항을 보자면 올해는 원래 헤겔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운명처럼 하이데거를 만났다. 나는 올해 하이데거 입문서를 두권 읽었고, 하이데거의 1차 저작에도 도전했었다. 나는 <존재와 시간>을 강독하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두번이나 참여했다.


올해 독서의 하이라이트 역시 종로의 야장에서 마나님과 술을 마시다 하이데거의 '존재' 개념을 벼락처럼 깨달은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아직 내 안에서 하이데거와 칸트가 완전히 종합되지는 않았다. 다만 <싯다르타>가 내가 10년간 읽어왔던 니체와 라캉과 양자역학과 심지어 불교를 종합해주었듯,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하 2025년 [내 맘대로 도서상] 수상작과 올해의 독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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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수상작 <라캉과 정신의학>, 브루스 핑크


올해는 하이데거의 해였지만, 책으로는 이 책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라캉학파 정신분석학자 브루스 핑크가 쓴 <라캉과 정신의학>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철학서가 아니다. 이 책 <라캉과 정신분석>은 임상의 원칙으로 자리 잡은 라캉의 명제들을 중심으로 정신분석의 구체적인 방법과 원리를 서술하는, 정신분석가를 위한 실용 입문서다.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도 약간 운명적인 면이 있다. 이 책은 어떤 귀인이 추천해준 책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교수직을 잠시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계셨던 그 분은 내 독서 목록을 찬찬히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너무 형이상학적인 것만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현실에도 관심을 좀 가져요, 소설을 읽어도 <싯다르타>라니 이 분 너무하네. 이것 봐요, 라캉은 형이상학자가 아니에요."


그 분이 추천해준 이 책, <라캉과 정신의학>은 내겐 충격적인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내가 10년 동안 읽어왔던 라캉이 어떤 어려운 형이상학적 논증을 하려고 라캉의 삼계, 분리와 소외, 대타자와 거세 같은 어려운 개념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걸 명료하게 깨달았다. 라캉이 원했던 것은 오직 정신증의 이해였던 것이다. 어렵고 생소했던 라캉의 개념들이 비로소 내 안에서 선명하게 제 자리를 찾았다. 이 책은 내 10년의 라캉 읽기를 완벽하게 종합해주었다.


물론 나는 모든 단계의 이해는 일종의 오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성립한 정(正)에 균열을 내고 나타나는 반(反)에 의해 새로운 합(合)이 출연하는 방식으로 라캉이 새롭게 정립되기 전까지, 내 생각을 정리해 두고 싶어 라캉에 대한 현재 단계의 나의 이해를 몇 편의 글로 정리해 두었다. 아래에 그 글을 링크한다.


https://brunch.co.kr/@iyooha/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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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수상작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40대의 헤세가 가상의 싯다르타(부처)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인간 개별과 전체로서의 우주, 상징으로 분절된 세계와 그래서 가르칠 수 없는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혹시 책이 궁금할 분을 위해 독후감을 링크한다)


https://brunch.co.kr/@iyooha/74



역대 수상작들


2025 <라캉과 정신의학>, 브루스 핑크

2024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2023 <말과 사물>, 미셸 푸코

2022 <선악의 저편>, 프리드리히 니체




2025년 독서 목록



과학 (2)

엔드 오브 타임, 브라이언 그린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윤성철



철학 (9)

존재와 시간 서문, 마르틴 하이데거

도덕 외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 프리드리히 니체

헤테로토피아, 미셸 푸코

라캉과 정신의학, 브루스 핑크

들뢰즈, 유동의 철학, 우노 구노이치

헤겔의 정신현상학 읽기, 정미라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읽기, 박찬국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박찬국

니체의 인생 강의, 이진우



미학 (1)

불온한 것들의 미학, 이해완



인문학 일반 (2)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채사장

넥서스, 유발 하라리



뇌과학 (2)

느끼고 아는 존재, 안토니오 다마지오

무의식의 뇌과학,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읽는 중)



에세이 (1)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소설 (4)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유년기의 끝, 아서 클라크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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