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삼켜진다
지나가다 페북에서 눈에 띄는 글을 발견해서 나도 쓸데 없는 말을 몇 마디 보탠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에게 삼켜진다'는 뜻이라는 것. 즉 한나 아렌트가 보기에 아이히만은 평범했기에 악인이 된 것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나치에 삼켜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악은 평범한 것이 아니라 진부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매우 흔하다. 사실 살면서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삼켜져 있었다. 삼킨 주체는 배우자일 수도 있고, 부모 일 수도 있고, 지지 정당이나 심지어 커뮤니티일 수도 있다. 무언가에게 삼켜진 이들은 하나 같이 '나는 내 생각을 말하고 있다'고 말한다. 웃기는 얘기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말할 수 없다. 라캉에 의하면 우리는 이미 타자적이다.
니체는 "진리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 이에게 "그것을 왜 묻는가?" 하고 되묻는다.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는 태도는 진리가 이미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태도다. 니체는 누군가에게 삼켜지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항전한다.
읽고,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가 한 말을 재생산하지 않고도, 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내 생각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한, 우리는 언제, 누구라도 아이히만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나치에 부역하지 않을 뿐, 오늘도 우리는 수 많은 아이히만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평범성'은 이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