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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균 Jan 16. 2024

<코스모스>와 패러다임

빙하기가 올 것을 걱정했던 시대에 대하여



퇴근해서 아시안컵 중계 기다리며 <코스모스>를 읽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해서.

<코스모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서이지만, 사실 쓰인지는 오래되었다. 칼 세이건이 이 책을 출간한 것은 1980년의 일이다. 아마 내 페북을 팔로우하고 계신 분들의 절반은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토머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의 현장이기도 하다. 토머스 쿤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은 과학자 집단이 공유하는 신념, 가치에 불과하며, 그래서 영원한 과학은 없고 시대가 바뀌면 과학도 바뀐다고 말한다. 그리고 쿤이 말하는 과학의 변화는 연속적이 아니라 불연속적이며, 점진적이 아니라 전복적이다. 패러다임은 이전 패러다임을 파괴하며 등장한다.

본문에서 칼 세이건은 빙하기의 도래를 걱정하고 있다. 인류의 지속적인 벌목과 개간은 햇볕의 반사율을 높여, 흡수율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이다. 지속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빙하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칼 세이건은 ‘백색 재앙’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보기엔 어이가 없는 말이다. 우리는 모두 지구 온난화 문제가 인류의 눈 앞에 놓인 당면 과제이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협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상 연구소는 66% 확률로 당장 2027년에 마지노선인 +1.5도 기준점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류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기온의 상승이지 하강이 아니라는 생각을 과학으로 받아들인 상태다. 불과 45년만에 패러다임이 반대로 뒤집혀 있는 것이다. 칼 세이건이 걱정하던 빙하기는 (현재로서는) 오지 않을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이것이 여전히 ‘믿음’임에 주목하라) 

'백색 재앙'가설은 이미 지나간 옛 패러다임에 속해 있다. 칼 세이건 같은 대가조차 패러다임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 책을 읽으니 이런 장점이 있네. 나중에 [보탬]에서 과학철학 다룰 때 사례로 써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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