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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만춘 Oct 19. 2021

내부 사정

와, 정말 이 정도까지?

한숨도 못 잤다. 불을 끄고 누워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수술이라 몸 컨디션을 생각하면 좀 자 둬야 할 텐데...  물론 '오징어 게임'처럼 사람을 못 믿어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웃음)


누웠는데 줄줄줄 눈물이 계속 흘렀다. 일어나서 휴지로 눈물 닦고 코 풀고, 다시 누워도 또 눈물이 줄줄 흘러서 또 일어나서 눈물 닦고 코 풀고,...  중병도 아닌데 유난이고 청승 떤다는 것, 나도 안다. 무슨 특정한 생각을 해서 눈물이 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흘렀다. 눈물이 계속 나니까 마음이 슬퍼졌다. 마음이 슬퍼지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뭐지? 이 특이한 인과관계는?). 그래도 소득(?)은 있다. 내가 앞으로 누구를 위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할 수 있었다. 내 가족. 특히 우리 아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의 의지를 다지게 한다. !


의사 선생님 세 분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들었다.

"모르셨어요?"

"모르셨어요?"

"모르셨어요?"

...

"네, 몰랐습니다."

그분들이야 매일 초음파니, CT니 하는 검사 결과를 가지고 환자들을 만나니 환자의 몸속 상황을 아는 것이 예사겠지만 우리야 어찌 그런가. 특이한 증상이 있거나 나라에서 의무적으로 검사하라고 해야 비로소 내부 사정을 살펴본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해석해 주는 결과를 통해. (나 혼자서는 봐도 몰러)


몸은 영혼의 집이다. 내 영혼이 살고 있는 이 집안 살림을 잘 꾸려오지 못한 것 같아 내 몸에 미안하다. 집 밖 세상만 바라보고 사느라 서까래가 내려앉는지, 대들보가 낡는지 모르고 산 셈이다. 몸을 아끼고 고마운 생각을 하기보다는, 늘 내 몸의 안 예쁜 곳에 주목하며 부끄러워하고 부족한 체력을 아쉬워하며 지냈다. 피곤하고 힘들어도 이겨내는(?) 정신으로 몰아붙이곤 했다. 주인 잘못 만나서 니도 참 고생이 많았다!


꼭 이렇게 계기가 생겨야 내 몸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내 몸, 감사하며 잘 사용해야겠다. 똑똑~, 내부 사정은 안녕하신지 관심 기울이면서 말이다. 그나저나 몸아! 오늘 잘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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